주님의 기도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시작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루카 11,9-10)
삶을 살면서 아쉬운 것도 많고 필요한 것도 많은 우리의 일상에 위로와 힘이 되어 주는 말씀이다. 그러나 우리는 때때로 간절히 기도하며 청했던 일들이 바람대로 되지 않는 경우를 자주 경험을 해왔다. 아프지 말아야 할 사람이 아프고, 시험에 합격해야 할 사람이 탈락하고, 최선을 다해 추진하던 계획들이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죽어서는 안 될 사람이 죽는다면 그런 경우들이다. 그래서 하느님을 원망하거나 때로는 강한 배신감에 신앙을 버리는 일도 있다.
그런데 기도의 의미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도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 기도를 마치 자동판매기에서 물건을 사듯이, 특정한 기도를 정해진 양과 순서대로 바치면 우리가 원하는 바를 얻게 되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브라함이 주님과 벌이는 겸손하면서도 끈질긴 청원행위에서 알 수 있듯이, 기도란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매우 ‘인간적’ 이며 지속적인 관계를 말한다. 그리고 예수님도 ‘주님의 기도’를 통해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이 진정한 기도를 드릴 수 있도록 가르치셨다.
‘주님의 기도’는 전형적인 청원기도로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가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임을 전제로 한다. 자녀가 아버지에게 필요한 것을 청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하느님 아버지께 필요한 것을 청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절대로 아니다. 청원기도야말로 부족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잘 보여 주는 행위이다. 우리는 청원기도를 통해 하느님 없이 존재할 수 없음을 고백하며 하느님께 무한한 신뢰를 드러내고 있다. 인간의 위대함은 자신이 피조물임을 고백하고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만 온전한 존재할 수 있음을 인식하는 데 있다.
‘주님의 기도’를 곰곰이 곱씹어보면 우리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을 먼저 바라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일용할 양식, 죄의 용서 그리고 유혹에서 보호와 같은 것들은 뒷부분에 있다. 기도의 첫부분에는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드러나고 아버지의 나라가 오기를 청한다. 말하자면 나의 지향이 아니라 하느님의 지향들이 우선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말씀드리기에 앞서서 먼저 하느님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자신의 뜻을 거기에 맞추는 것이 기도의 근본정신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우리의 아버지이시다. 그러기에 우리에게 해로운 “뱀” 이나 “전갈”을 주시는 분이 절대로 아니시다. 오히려 우리에게 “성령”을 주심으로써, 우리가 어떠한 실패와 시련 그리고 고통 속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며 하느님 아버지와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