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영혼을 살찌우는 성체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6-09 05:24 조회수 : 54

영혼을 살찌우는 성체 


이번 주일은 성체성혈 대축일이다. 본당에서는 교중미사 중에 주일학생들의 첫영성체식을 거행한다. 훌륭한 신앙인으로 잘 자라길 희망해 본다. 

의, 식, 주 세 가지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꼭 필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중에서도 먹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이 없이는 삶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음식을 통해서 갖가지 영양분을 섭취해 몸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음식이라는 것이 몸을 건강하게 만들 수는 있으나 마음까지 건강하게 하지는 못한다. 음식을 잘 먹는다고 지식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교양이나 덕이 쌓이는 것도 아니다. 음식은 어디까지나 몸을 튼튼하게 해 줄 뿐이다.


그런데 마음을 살찌우는 음식이 있다. 아니 영혼과 영적 세계를 살찌우고 풍요롭게 하는 양식이다. 육신만 살찌우는 보통 음식과 달리 영혼을 살찌우고 영원한 구원으로 인도하는 음식은 바로 예수님의 몸인 ‘성체’이다. 그래서 우리는 영혼을 살리는 양식인 성체의 소중함을 더 깊이 묵상해야 한다. 그런데 소중한 성체를 아주 가까이에서 너무 쉽게 만날 수 있어서 그런지, 성체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신자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가까이에 있고 자주 보면 소중함을 모르는 게 인생인 것 같다. 사람들이 매 순간 호흡하는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 듯이 어떤 신자들은 성체성사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성체를 대하고 있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몇 시간 동안, 아니 하루 종일을 걸어가서 미사를 참례하고 성체를 모셨다. 신부가 귀해서 일 년에 한 두 번 대축일 때만 성체를 모실 수 있던 공소 신자들은 성체를 모시는 기쁨에 며칠 전부터 밤잠을 설치고 미사를 봉헌하는 당일에는 아침부터 밥도 안 먹고 영성체를 기다렸다고 한다.


성체는 우리의 영혼의 양식이다. 예수님은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요한 6,51) 하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이 주시는 빵 즉, 예수님 몸이니 성체를 먹으면 영혼에 영양을 공급해 영원히 살게 된다고 복음에서 분명히 말하고 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 6,56)


그렇다. 성체를 모시면서 사는 신앙인들은 예수님의 힘으로 산다. 뽀빠이가 시금치를 먹으면 엄청난 힘이 생기듯이 성체를 영함으로써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 이들이 꽤 있다. 원수에게 앙갚음 대신 사랑으로 갚는 사람, 자신도 아프면서 더 아픈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 자신의 살림이 어렵지만 더욱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나눔에 동참하는 사람들의 원천적인 힘은 바로 성체성사를 모심으로 얻어지는 영적인 힘이다. 

그러고보니 영혼에 좋은 음식인 성체를 매일 모시는 신자들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