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하느님이 계시는 곳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6-06 06:12 조회수 : 47

하느님이 계시는 곳 


신자들은 예수님을 만나러 성당에 간다. 성당에 가면 제대 위에 커다란 십자고상이 있고 벽에는 다양한 성화와 14처를 걸려 있다. 그리고 감실에는 성체가 모셔져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성당에 가면 저절로 숙연해진다. 미사가 거행되면 그 분위기가 더욱 고조된다. 참례자 모두 지난 주간 자신이 저지른 죄를 고백하고 주님의 은총 속에 새롭게 거듭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미사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우리는 ‘아집과 탐욕’ 에 사로잡혀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다. 우리는 잘못된 것을 알면서 반복하며 살고 있다. 왜 그럴까?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우리가 하느님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느님은 교회에 계시는 것과 같이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늘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진정으로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성체에만 하느님이 계신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열심히 목소리를 높이는 아주머니의 가슴 속에도, 어떡하든 상품을 팔아먹으려는 전화 상담원의 머릿속에도 계신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부엌에서 쓰는 무딘 식칼이나 먹다 남은 빵 쪼가리도 하느님의 작품이다. 냉장고에 먹지 않고 썩어 가는 음식을 통해서도 하느님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메시지를 전하고 계신다. 


우리는 자신의 입맛과 취미에 맞지 않거나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다 하느님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무시해 버린다. 나와 똑같은 사물이나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하느님께서 심혈을 기울여 모두가 다르게 만들어 놓았는데, 나와 다르다고 무시하면 어찌하겠는가? 이는 하느님의 의도를 무시하고 내 멋대로 사는 것이다.


크고 좋은 것만을 추구하는 가치관에 빠져 있는 우리가 하찮다고 여기는 안에 숨어 계신 하느님을 결코 없다. 또한 나만의 하느님을 추구하는 내가 싫어하는 것에 숨어 계신 하느님 역시 보지 못한다. 하느님은 우리가 하찮다고 여기는 것에 훨씬 많이 계시고, 내게 익숙한 것보다 낯선 것이 훨씬 많이 분의 뜻이 담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진리를 깨달아야 하느님이 원하시는 삶을 살아갈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