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평화가 너희와 함께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5-27 04:56 조회수 : 58

평화가 너희와 함께 


내일은 교회의 창립일이라고 표현하는 '성령강림 대축일'이다. 성령강림하면 빠질 수 없는 성경이 사도행전이다. 요즘 신자들과 함께 사도행전을 공부하고 있다. 초기교회가 당면한 많은 어려움을 성령의 도우심으로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적은 것이 사도행전이다. 그래서 사도행전을 ‘성령의 복음서’라고 부르기도 한다. 성령은 보이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들이 현실적으로 느끼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성령의 도우심을 믿음의 경지에 놓고 봐야 한다. 그래서 더 어렵다.


오늘날 가톨릭에서 성령쇄신이라 부르는 신심운동은 1967년 2월, 미국의 듀게인 대학에서 시작되었다. 대학생들이 지도 신부와 함께 사도행전을 주제로 한 주말 피정에서 성체조배를 할 때 성령의 은사를 체험하면서 시작되었고 대학생들의 신앙쇄신 운동으로 퍼져 나갔다. 이것이 본당과 수도회로 확산되면서 신자들의 신심운동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 성령쇄신이다. 이처럼 성령쇄신 운동은 모든 신앙인을 위한 신심운동 중 하나이다. 

따라서 특별한 은사를 받았다고 교만하거나, 신앙이 부족하여 은사를 받지 못했다는 생각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세례를 받은 사람은 모두 성령 안에 새로 태어난 사람들이며 각자에게 필요한 은혜는 하느님께서 주신다. 문제는 각자 다르게 받은 성령의 은사를 잘 간직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또한 그 은사를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과 이웃사랑을 위해 봉사하는데 사용해야 한다.


성령의 은사 중에서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것은 ‘평화’일 것이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유다인들이 무서워 문을 닫고 있던 제자들에게 나타나시면서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인사하셨다. 이 말은 당시 유다인의 일반적인 인사말이지만 부활하신 주님이 하시는 평화의 인사이기에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평화를 선물로 주신 것이기 때문이다. 이 평화는 세상이 줄 수도 없고, 흉내낼 수도 없다. 

사람들은 보통 많이 누리고 소유하여 높이 올라가야 평화로워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활하신 주님이 주는 평화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것이다. 주님의 평화는 오히려 고통과 불안 속에서도 흔들림이 없는 영적이고 내적인 평화이다. 그래서 이 평화는 성령의 도우심이 없이는 불가능한 평화이다. 


삶을 되돌아보면 우리 자신에게 상처와 고통을 준 사람을 인간적인 힘으로는 쉽게 용서하지 못한다. 잠시 잊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완전히 용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성령께서 함께하신다면 이 모든 것은 가능하게 하시다는 것을 예수님께서는 보여주셨다. 그리고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숨을 불어넣어주시며 말씀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우리는 주님께서 주시는 성령을 마음을 열고 믿음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힘이 아니라 우리 안에 계시는 성령의 힘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오소서 성령님, 

믿는 이들의 마음을 충만케 하시어

그들 안에 사랑의 불을 놓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