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5-23 06:20 조회수 : 48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


사제 서품을 받기 위해 준비하면서 정한 서품성구이다. 사제라면 성경 안에서 자신의 사목 방향성을 정하는 성구를 정하고 그대로 실천하려고 노력을 한다. 개인적으로는 사제로 살면서 욕심을 내지 않고 그분이 주시는 대로 감사하게 받으면서 살고 싶었고 받은 은총을 더불어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되돌려주고 싶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가장 큰 계명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사제의 본 모습이다. 이를 위해서 내 자신이 가진 것을  세상의 모든 사람들 특히 그중에서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예수를 뒤따르는 일이 나의 소명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사제로 살아가면서 그대로 산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도 뼈저리게 느꼈다. 사제로 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물질이든 인간관계이든 소유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다. 강한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에 늘 주님께 용기를 청해본다.


소유를 경멸해서 자신의 갖고 있던 귀중품을 바다에 던졌다는 그리스 철학자 크라테스에서 삶에 대한 지혜의 힌트를 얻는다. 소유는 나눔을 위해 포기 되어야 하고 소유의 포기는 또한 삶으로 드러나야한다. 이웃 사랑은 소유의 포기와 나눔이라는 실천으로 드러나고 하느님 사랑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뒤따르는 행위로 표현된다. 그래서 영원한 생명을 찾는 신앙인에게 때로는 재물에 대한 집착이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한다. 


자발적인 나눔을 통한 가난한 마음은 믿음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가난은 재물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보장받으려는 마음을 던져 버리게 하고 삶의 많은 부분을 하느님께만 바라고 의지하게 만든다. 정처 없이 유랑생활을 하시면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던 예수님을 뒤따르는 것은 인간적인 계획과 준비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하느님께 자신을 내어맡기는 믿음을 요구한다. 예수님 때문에 모든 것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하느님의 도우심이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하느님의 전능하심이 인간의 불가능을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늘나라에 대한 강한 갈망이 있었지만 예수님의 단호한 요구에 자신의 재물이 아까워서 슬퍼하면서 떠나간 부자청년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모습을 바라보던 예수님의 심정은 어떠하셨을까? 아마도 예수님도 슬퍼하셨을 것이다. 장면은 재물과 자기 자신에 연연하여 예수님을 뒤따르지 못하는 모든 이들의 슬픔이 담겨 있다. 그러나 예수님을 떠나지 않는다면, 예수님은 우리를 도와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하느님의 선하심과 능하심은, 바로 예수님의 고난을 통해 드러나고 우리의 믿음을 통해 전달되고 변화시켜 주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