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오월의 빛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5-20 06:07 조회수 : 69

 오월의 빛


요즘은 잘 사용하지는 않지만 예전에는 오월의 빛을 양광(陽光)이라고 비유를 하였다. 양광의 뜻은 태양의 빛이라고 하기도하고 따뜻한 햇빛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만큼 오월을 밝히는 화사한 빛을 특별하게 보았다는 것이다. 자연적으로는 삼사월의 냉랭한 흙을 밀고 올라오는 씨앗들이 양광을 받아야 비로소 꽃으로 활짝 핀다. 이 아찔하게 아름다운 오월 햇빛은 어느 날 문득 우리를 찾아온다. 

추운 겨울과 변덕스런 초봄을 견디느라 답답해서 찾아 나서지 않아도, 오월이 알아서 우리에게 오는 것이다. 양광의 밝음으로 그동안 얼어붙었던 우리 일상의 삶과 마음을 너그러워지게 한다. 이렇게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빛은 이 계절 우리 교회 안에도 차고 넘친다. 


예수님은 그리스도인들을 스스로 세상의 빛이라고 명하셨다. 그리고 우리는  세상의 빛이 되라 하시는 그분 말씀을 늘 듣는다. 그래서 그런지 빛을 둘러싼 감동을 많이 느끼면서 살아간다. 늦은 시간 혼자 성당에 앉아있으면 감실을 밝히며 성체등이 혼란스러웠던 우리의 하루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차분하게 한다. 미사 시간에 제대를 밝히고 있는 촛불은 온 세상에 그분의 희생과 기억하심으로 구원을 이루신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좋은 계절인 성모성월에 밝히는 촛불은 어머니의 따스한 미소와 편안함을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활절 예식에서 어둠을 내몰면서 성당에 들어서는 부활초의 빛이 항상 우리를 환영하고 있다. “그리스도 우리의 광명” 이라는 외침과 함께 제단을 행해 움직이는 빛을 보았다. 이마에 재를 받으면서 육체와 물질과 욕망이 스러지고 말 것임을 깨닫는 예식을 시작으로 해서 빛의 예식은 우리들의 삶의 방향을 완성해주고 때로는 감동을 고스란히 전해주곤 한다. 

그러면 세상의 빛은커녕 덕스럽게 살지 못해서 오는 부끄러움을 통해서 나의 삶을 성찰해본다. 

문득 봄이 오고 양광에 세상이 꽃으로 장식이 되면 계속될 것 같았던 어둠을 물리는 영원한 빛이 거저 주어졌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게 된다. 그리고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는 동시에 먼 길을 헤매고 다녔음을 누우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