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아담의 감격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5-19 05:57 조회수 : 53

아담의 감격 


보라매 공원을 자주 걷는다. 도심지 안에서 그나마 걸을 수 있는 녹지가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젊은 남녀들이 데이트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젊은 사람들이 데이트를 하는 장면을 보면 참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 결혼을 하기에 당장은 여러가지 어려움과 현실적인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본다.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됩니까?(마르 10,2)라는 바리사이들의 도발적인 질문은 예수를 시험하기 위한 것이다. 아내를 버리는 것을 허용한 모세의 계명을 두고 예수의 해석에 시비를 걸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질문이었던 것이다. 당시 랍비들 가운데 엄격한 입장의 샴마이 학파에서는 아내가 불륜을 행한 경우에만 이혼할 수 있다고 보았으나, 자유로운 힐렐 학파는 다양한 이혼 동기를 제시했다. 예컨대 여자가 머리를 가리지 않거나 팔과 어깨를 드러낸 모습으로 거리에 나왔을 때, 외간 남자와 이야기 하는 것을 보았을 때, 거리에서 먹고 마시고 아이에게 젖을 먹였을 때, 음식이 타도록 방치하였을 때, 남편은 아내를 버려도 된다고 했다. 심지어 랍비 아키바는 자기 아내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을 보았을 때도 아내를 버릴 수 있다고 해석하였다. 


이 같은 남자의 횡포는 옳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신 예수께서는 여자와 가정을 보호하고자 하느님의 창조 질서에 근거하여 모세의 율법을 수정하셨다. “하느님께서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시고 둘이 한 몸이 되게 하셨으니, 하느님이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된다”고 혼인의 불가해소성을 선언하신 것이다. 성경에는 사람을 창조한 이야기가 두 번 나온다. 창세기 1장 27절에 의하면 하느님은 먼저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동등하게 창조하셨다고 간단하게 언급한다. 


그리고 창세기 2장에서는 그 과정을 좀더 자세히 적고 있는데 아담이 먼저 창조되고 남자가 잠이 들었을 때 남자의 갈빗대로 부터 여자가 창조된 것으로 나와 있다. 이를 근거로 유다인들은 오랫동안 여자보다는 남자를 우월한 존재로 생각해왔다. 남자는 여자를 보자 “이야말로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라고 탄성을 지으면서 외쳤다. 이처럼 여자는 남자에게 탄성을 일으키는 감격의 대상이었고 소통의 대상이었다. 하느님께서는 여자를 창조하심으로서 누가 더 우월한 존재인가 아니라 여자는 남자가 만나야 할 대상이며 곧 둘이 결합함으로써 비로소 창조의 과정이 완성된 것으로 제시하신 것이다.


그래서 현실적인 문제를 핑계로 이기적으로 독신주의를 즐기는 젊은 이들에게, 그것은 혼인을 통해 남녀의 결합을 축복하시는 하느님의 창조질서에 위배하는 것이고 말하고 싶다. 신랑과 신부의 상호 관계는 성적인 만족과 자손 번식의 목적을 넘어서서 아가페적인 사랑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깊은 차원을 지닌다. 신랑과 신부는 구약에서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로 표현되고 신약에서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충실하였듯이, 부부 또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본받아 죽음에 이르기까지 서로에게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