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예수님과 정치인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5-16 05:22 조회수 : 49

예수님과 청치인 


성지순례를 출발하는 차량으로 낯설지만 낯이 익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우리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국회의원과 당협의장, 그리고 구의원들이었다. 그분들을 굳이 배척할 이유가 없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정치를 잘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노력해주길 바라면서 화살기도를 해주었다. 하지만 언제나 정치인들을 대하는 것은 마음이 편하지도 않고 익숙하지도 않다. 


요즈음 정치인들은 행동 이후에 책임져야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 것같다.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행동이나 사고방식인 것 같아서 사뭇 걱정이 앞선다.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던 10.29 참사도 적지 않게 시간이 지났는데 책임지는 사람들은 거의 없고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던 소방서 책임자들과 파출소 직원들에게만 책임을 묻고 적당히 마무리 해버린 정치권의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무책임하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사람들이 선거철이 가까이오니 ‘악어의 눈물’을 흘리면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한 명의 유권자로 선거를 치루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별로 즐겁지않다. 이유는 상대방의 치명적인 단점을 강조하고 때로는 조작마저도 과감하게 시도하는 전략을 쓰는 네거티브 전략이 주를 치루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장점보다는 상대방의 약점을 공략한다. 이것은 정당하지도 않고 의롭지도 않다. 여기에 반대되는 의미의 포지티브란 곧 자신의 장점을 설명하고 호응과 지지를 얻어내는 것을 뜻한다. 이론상으로는 네거티브 방법보다는 포지티브 방법이 훨씬 신사도에 가깝다. 그런 방법을 써야만 당선되어도 떳떳하다. 


신앙 안에서는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높일 때 비로소 스스로가 높아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이다. 그래서 신앙인들은 네거티브 보다는 포지티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렇게 사는 것이 겸손의 모습이요, 정의로운 삶이고 예수님으로부터 사랑을 받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남기신 말씀을 보면 하나같이 네거티브에서 벗어나 있다. 양립된 네거티브와 포지티브에 속하는 그런 의미가 담긴 내용의 말씀은 전혀 없다. 바로 이 점이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번 대통령선거와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 때만 보더라도 입후보자 모두가 캠페인의 방법을 네거티브 방법에 의존했다. 상대방 후보를 친 다음 빠지면서 그것도 부족하여 얼굴에 침을 뱉는 식의 모멸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상대를 이렇게 짓밟아야만 목적을 쟁취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비열한 승리이며 사랑을 잃어버린 게임의 결과로 밖에 평가 절하가 될 수밖에 없다. 게임도 그렇고 선거도 그렇고 일정한 룰과 규칙이 있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해주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내가 지면 죽는다는 생각을 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편법을 쓰게 마련이다. 


“유권자 여러분! 여러분은 A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당인 B당에서 출마한 인물이 저보다 자질과 능력 면에서 이 나라를 위해서 필요한 인물이라고 생각이 되시면 그 사람을 찍으십시오. 이 나라는 지금 능력이 있는 인물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상대방보다 능력이 있는 저를 찍어 주십시오.”라고 포지티브를 하는 선거 문화가 조성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선거 전에는 모든 것을 다 해줄 것처럼 하더니 선거가 끝난 지금은 사기를 당했다고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