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양들을 위한 착한 목자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5-09 06:32 조회수 : 31

양들을 위한 착한 목자 


성지순례를 위해서 여러 곳을 다니다보면 나도 모르게 숙연해지고 성인들의 삶과 죽음에 경의를 표하게 되는 장소가 있다. 그중에 하나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이다. 1941년 2월에 폴란드의 한 수도자가 독일 나치군에 체포되어 수용소를 이감되어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용소 생활을 매우 엄격하고 비인간적인 처우로 유명했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수용자들이 탈출을 시도한다. 그래서 한 명이 탈출하면 수감된 이들 중에서 열명을 무작위로 뽑아서 굶어 죽이는 형벌에 내린다. 그날도 한 명이 탈출해서 열 명을 선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선발된 한 명이 자신은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 있기에 그들을 남겨놓고 죽을 수 없다고 절규를 했지만 모든 이들은 외면했다. 그 때 함께 수감된 수도자가 나서며 말한다. “내가 저 사람을 대신해서 벌을 받겠소.” 수도자의 말과 행동은 독일군에게 까지 큰 감동을 주었다. 결국 그는 한 사람을 대신해서 형벌을 받고 죽어갔다. 그가 바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사랑의 순교자’로 칭하시면서 1982년에 시성한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신부’였다. 지금도 수용소의 허름한 방 한구석에는 그분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초 한 자루가 지속적으로 켜져 있다. 성인께서 한 사람의 생명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 착한 목자임을 기억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요한 10,11)

성경구절은 착한 목자의 척도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목자가 양들을 위해 얼마나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가? 이유는 진정한 목자는 위험을 감수하고 끝까지 양들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기 때문이다. 만약 양들이 위험에 처했는데도 불구하고 도망가는 목자가 있다면 그는 삯군에 불과하다.

목자들은 풀을 따라 이동하다가 밤이 되면 들판에서 양들과 함께 잠을 자면서 그들을 야생동물로부터 지킨다. 목자는 자신의 목숨을 까지도 내놓는다는 각오가 서있어야 한다. 그래서 위험할 때 일수록 양들에게 더 가까이 가는 목자야말로 착한 목자다. 이 기준은 교회뿐만이 아니라 가정이나 사회,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위험할 때 나만 살겠다고 뒷걸음친다면 분명 착한 목자는 아니다. 심각한 것은 이런 엉터리들이 우리 주변에 널리 포진해있다는 점이다. 


착한 목자와 양은 서로의 말을 알아듣는다. 서로를 안다는 것은 믿음이 동반된다는 뜻이다. 마치 어린아이가 어머니의 음성을 듣고 편안해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목자는 양의 건강상태와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꼼꼼하게 알아야한다. 그래야 양들도 믿고 따라갈 있다. 진정한 목자이신 예수님은 우리의 문제점들을 알고 계신다. 이제 남은 숙제는 양들인 우리들이 목자이신 예수님께 깊은 신뢰를 보여야 한다. 지금 순간에도 예수님은 양들을 위해서 양팔을 벌이고 기다리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