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는 야생동물의 밥
하느님께서는 모든 피조물이 더불어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신다. 노아의 홍수 때에도 방주에 모든짐승을 한 쌍씩 태우라고 하셨다. 여름에 모기에 시달릴 때면 모기는 방주에 안태웠으면 좋았을 뻔했다고 생각을 먹다가가도 하느님께서 다 필요한 존재이라고 여기셨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연천 학교에서 근무할 때 겨울을 빼고는 사람들이 산으로 몰려온다. 등산길이 시원찮아서 등산을위한 사람들보다는 봄에는 나물을 채취하기 위해서, 여름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 가을에는 산에서 나는 각종 열매와 과실들을 얻기 위해서 찾아든다. 그런데 가을에 산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들의 산행 목적이 밤이나 도토리 그리고 가을 과실들로 이는 야생동물들의 겨우살이 양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무자비할 정도로 채취해가는데 이는 산짐승에게는 재앙에 가깝다. 가뜩이나 겨울추위와 눈 때문에 고생을 하는데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고난의 시간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산과 들의 면적은 자꾸 줄고 그 자리에는 인간들을 위한 팬션이나 시설물들이 들어서면서 들짐승들의 공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도토리나 야생밤등 동물의 먹잇감이 줄어든다. 가끔 깊은 겨울산에는 헬리콥터나 여러 가지 장비를 이용해서 먹이를 뿌려 주기도 하지만 그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결국 먹이가 부족해서 멧돼지가 민가에 내려오게 되고 그로 인해서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산골에 살면서 절실하게 느낀 점은 동물과 인간을 위해서 그들의 생활 터전은 존중되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의 원시림은 육지의 3% 정도이다. 지구상의 생물 종류는 확인된 것이 175만여 종 그리고 확인 안 된 것들은 수천만 종에 달한다고 추측을 한다. 이 생물들은 대부분 밀림이나 깊은 산속에서살고 있는데 그들의 생존터가 줄어들어 멸종이 점점 늘어가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되돌아 오고 있다.
산에 불이나면 나무들과 야생동물들은 불로 타 죽는다. 그러나 다음해가 되면 그 시커먼 숯덩이 사이로 새싹들이 피어오르고 몇 해가 지나기 전에 꽃들이 만개하고 나무들로 서서히 채워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몇 십 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수풀이 우거지게 된다.
그러나 산을 아예 부수고 깎아서 숙박시설과 여러 가지 위락시설을 건설한다면 그 곳은 몇 백 년이지나도 복원되지 않는다. 생태계 균형이 걷잡을 수 없게 깨지게 된다. 어느 동물학자가 한 말이 생각난다.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어느 종의 동물을 없애 버리면 이것 때문에 잠잠하던 다른 종이 고개를 들고 나타나서 더 큰 위험과 해를 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이러한 경험을 뼈저리게 했기에 하느님의 섭리에 대해서 깊이 묵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