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죽음은 하늘나라로 들어가는 문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4-10 06:31 조회수 : 69

죽음은 하늘나라로 들어가는 문 


어제 우리는 부활대축일을 기쁘게 지냈다. 예수 그리스께서 죽음을 물리치고 부활하신 모습은 우리에게 나도 부활하리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그리고 앞으로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도 잘 알려주셨다. 죽음에 좌절하지 않고 그 뒤에 있는 부활의 희망을 간직하고 산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잘 살수 있을 것이다. 


봉성체를 하다보면 가끔씩 감동을 주시는 환자들을 만난다. 중풍으로 10여 년을 누워 지낸 환자가 있었다. 영성체를 해주고 잠시 묵상하고 있는데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신부님 저는 10년이나 중풍으로 누워서 고통을 당하며 살아서 처음에는 하느님을 많이 원망했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행복하고 기쁘고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제가 누릴 천상 행복을 생각하면 소풍 전날처럼 설레고 행복합니다. 제가 만일 중풍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이처럼 천국의 기쁨을 미리 맛보지 못하고 구세주께서 주실 기쁨을 미리 누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주님의 섭리는 참으로 오묘합니다.”

가식적으로 느껴지는 말씀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병상에서 고통도 원망도 많았을테지만 결국 모든 것을 극복하고 순수한 신앙인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하는 신앙고백문 이라고 생각해서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다.


우리 신앙의 선조이신 순교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온갖 고문과 혹독한 박해와  회유가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이겨 내고  기꺼이 순교할 수 있었던 것은 죽음 뒤에 하느님 나라가 기다리고 있음을 조금도 의심치 않고 확신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순교자들이 죽음의 형장으로 끌려가기 전에 가족들에게 쓴 편지와 유언을 보면 정말로 죽은 후의 삶이 존재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확실히 느껴진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회장이면 주문모 신부를 모셨던 분으로 교회사에서 여걸로 통하는 강완숙 골롬바는 40세에 순교했다. 그는 전처 소생이 아들 홍필주 필립보를 영세시키고 나중에 아들과 함께 잡혔다. 고문을 받아 아들의 마음이 약해지려 하자, “얘야, 우리 필주야, 주 예수님께서 네 머리 위에서 너를 내려다보신다. 너와 내가 주님을 위하여 이렇게 벌써 여러 달째 고생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올 영원한 천국의 행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않느냐? 나와 함께 영원한 천국으로 먼저 가서 할머님과 네 누이와 처를 기다리자. 너도 잠깐 지나가는 세상은 생각지 말고 영원한 천국의 복락을 생각하여라.”라고 용기를 불어넣었다.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질문을 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답변 중에 하나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랫동안 살았으면 좋겠다는 답변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알아야 중에 하나는 오랫동안은 가능하지만 영원히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결국 우리는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