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죽음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불안과 두려움을 갖고 있다. 병에 걸리지 않을까, 사업에 실패하지 않을까, 시험에 낙방하지는 않을까 등 온갖 염려와 두려움들이 우리의 발목을 잡아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칫거리게 만든다. 삶은 온통 걱정거리뿐이다. 그러다보면 걱정과 두려움이 우리의 생활을 휘감아버려 인간의 본연의 목적 중에 하나인 평화와 기쁨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방해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런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삶에서 부딪히는 온갖 불안과 염려, 두려움의 종착지는 죽음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근본이고 핵심이다.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두려움 앞에서는 이성적이고 지성적인 판단이나 의지적 결단은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한다. 그 정도 방책으로는 근본적인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훨씬 깊은 차원의 그 무엇이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의 생명 또는 삶의 근원에 대해 깊이 생각해봤으면 한다. 내가 어떻게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밥을 잘 챙겨 먹고, 잘자고, 적당한 운동을 하고 있으니까 건강과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갈 것 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생명을 떠받치고 있는 힘의 근원은 훨씬 더 깊고 크고 신비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생명의식은 우리 이성과 지식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이는 머리를 훌쩍 뛰어넘는 경지이기에 깨달음과 믿음이 필요하다. 여기서 믿음이란 이성으로부터 벗어나서 맹목적 신앙으로 내달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안의 깊은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근본적인 결단이어야 한다. 존재의 큰 신비 앞에서 겸손하게 내 스스로를 내려놓고 맡기는 고귀한 행동인 것이다.
죽음까지 내포한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느님께 자신을 의탁할 때 비로소 자신의 육체와 정신의 죽음으로부터 야기되는 온갖 불안과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우리의 생명과 죽음을 관장하시는 분이 하느님이시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 맞고 있는 성주간은 이런 믿음을 더욱 굳건하게 성찰하는 시기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 우리도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궁극적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난다면 그 밖의 온갖 두려움들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간단하고 쉬운 일이다.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히던 고민의 뿌리가 뽑혀버렸으니 줄기와 잔가지들은 저절로 말라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고민은 어떻게 하면 하느님의 뜻대로 잘살 수 있을까? 만 남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