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멀고 힘들어도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2-11-29 17:26 조회수 : 20

예전에 석모도에 가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지금은 다리가 연결되어 차로 쉽게 갈 수 있지만 예전에는 배를 타야만 갈 수 있었던 섬이었다. 지금도 눈을 감고 그 섬을 생각하면 갯내음이 코끝을 간질이는 것 같다.
그런데 석모도 해변가의 갈매기들은 배가 떠나면 따라온다. 갈매기들은 언제부터 인가 관광객이 주는 과자를 얻어먹는 습관에 길들여져서 스스로 먹이를 잡는 법을 모르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그 결과 다리가 생긴 후에 배에서 얻어먹던 과자가 끊기자 많은 갈매기들이 굶어 죽었다는 웃지못할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도 한 번 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란 본시 힘든 것보다는 편안함을 찾는다. 그리고 그런 본능이 많은 기술 발전을 가져왔다. 청소도 빨래도 그리고 음식도 기계에 의존한지가 오래 되었고 심지어는 앞으로 몇 년 후에는 자동차도 운전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들이 달칠 것이다. 우리들은 어느새 힘든 것은 되도록 피하고 평안함만을 추구하고 고난과 아픔을 만났을 때 부딪치거나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회피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막상 고난과 아픔이 닥쳐오면 쉽게 비겁해지거나 체념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렇기 때문일까? 이런 모습들이 인간관계 안에서 서로에게 멀어지게 만들 때도 있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외로움에 처하게 될 때도 있다. 그러나 그때에도 당신을 보듬어주려는 사람은 주변에 반드시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가끔은 멀어져 보이고 갑갑해 보여도 손쉬운 것만을 구하지 않고 어려워 보이고 힘들지만 꿋꿋이 걸어가는 것이 우리를 놀랍게 변화시킬 것이다. 우리 속담에도 비온 뒤의 땅이 더욱 굳어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살면서 고통과 슬픔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그래도 우리는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이유는 언제나 당신과 함께 아픔을 나눌 사람이 어딘가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