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마음수행 과정이다
이번 사순시기에만 혼배미사를 4대를 집전했거나 해야 한다. 새롭게 출발하는 젊은이들을 축복하는 자리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한편 아쉬운 점도 있다. 결혼 적령기라고 판단되는 20대에 결혼하는 사람들이 없었다는 점이다. 신랑, 신부들의 평균 연령이 35세를 넘는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있으니 결혼을 10년쯤 늦게해도 평생 함께 지내야 하는 시간이 예전보다 길어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다소 늦은 결혼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결혼의 목적 중에 하나인 자식을 낳고 기른다는 면에서 본다면 다소 아쉽다.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의 감정에 매우 솔직하다는 사실과 자신을 위해서 배우고 스펙을 쌓는 일에는 열심이지만 청춘의 특권이자 인생의 중대사라 할 수 있는 연애와 결혼은 덜 중요시 여기는 것 같다. 물론 자신의 먹고 사는 문제 가 우선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에서 소홀히 하는 것 같다. 물론 그들의 속내를 다 알 수는 없지만 혼인식에 앞두고 면담을 하거나 간단한 상견례를 하다보면 그런 느낌을 받는 경우가 예전보다는 훨씬 많아졌다.
결혼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감정적 차원에서 접근하거나 마음이 끌리는 대로 움직이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외모와 학벌, 지위, 경제력, 가족관계 등을 따지고 견주는 데만 신경을 쓰다보면 결혼이라는 본질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인생 여정에서 청년시절에는 연애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녀의 감정 교감이나 성적 쾌락 추구가 연애의 전부는 아니다. 사귀는 동안 자신과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결혼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 서로 위로가 될 수 있는 성품을 가졌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사랑이란 한 인간이 존재를 걸고 스스로의 진면목을 찾아가는 마음공부이며 수행이다. ‘나는 누구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끊임없이 해답을 찾아 나서는 고된 과정이 바로 연애이고 결혼이다. 청춘 시절, 연애와 결혼을 통해 몸과 마음을 일치시키고 나아가 영혼의 합일을 이뤄내야 한다.
인간은 본래 남성성과 여성성의 결합으로 이뤄져 있다. 연애하고 결혼하는 것은 바로 자기 안의 또 다른 자기를 찾아 결합하려는 본능적인 움직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조건을 따지면서 짝을 찾아나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까닭은 자기 존재의 불완전성을 채우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몸과 마음, 영혼이 하나가 되는 짝을 찾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내’ 존재와 ‘상대방’ 존재가 하나로 결합되면서 인간으로서의 완전한 조화와 균형을 비로소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이 작업이 결코 만만한 게 아니기 때문에 늘 노력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아무튼 두려움을 뚫고 새롭게 출발하는 젊은이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