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요한 할아버지의 유언장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3-29 06:50 조회수 : 187

요한 할아버지의 유언장 


요한 할아버지 집에는 며느리 셋에 사위가 하나 있다. 그러니까 노부부에게 있어서 결혼한 아들이 셋에다가 출가한 딸이 하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구태여 아들과 딸을 제쳐놓고 며느리와 사위를 먼저 거론한 까닭은 이 집안이 며느리들과 사위의 움직임이 시부모에게, 장인 장모에게, 극성스러울 만큼 관심의 도가 지나쳤기 때문이다. 속을 모르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부러워했다. 요즘 세상에 그런 며느리들과 사위가 어디있냐고 하지만 그 속사정을 알고나면 그런 말을 하기가 조금은 민망해진다.

 

언제가 형제님이 나에게 면담을 신청하셨다. 상담 내용은 작은 아들 차가 너무 낡아서 차를 바꿔줬더니 나머지 자식들 부부가 표정이 별로였다고 하면서 마음이 영 불편하다고 하셨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차가 낡던 집이 좁던 상관하지 마시고 만약에 바꿔주시려면 모든 자식들에게 다 해주라고 말씀을 드렸다. 사실 이런 재산 문제로 면담을 한다는 자체가 별로 내키지 않는다. 


노부부를 잘 아는 주변  이웃분이 효성스럽다는 며느리들과 사위에 대해 자기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말을 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은 효성이 아니라 노인네들 돈이 있으니까 돈 보고 그러는 거지, 한마디로 말해서 무슨 얼어죽을 효성이에요. 그 노부부는 살면서 돈만 벌었어요.”

동네에 작은 건물을 몇 채를 갖고 있을 정도의 알부자였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언제부터인가 부부의 생일이 되면 생신잔치는 자신들이 도맡아 하겠다고 며느리들과 사위가 소리를 높였으니 그 부부의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 시간이 오랫동안 흘렀다. 


그러면서 시아버지의 건강이 차츰 나빠지자 며느리들과 사위는 서로 나서서 자신이 잘 아는 병원으로 모시겠다고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게 되었고 이는 형제들의 싸움까지로 번지게 되었다. 결국 형제들과 며느리들이 조정한 끝에 돌아가면서 공평하게 순서를 정해서 병원을 네 군데를 차례로 거치기로 했다. 이 조정이 형제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외적으로 효성을 보여주는 모습이었으니 당사자는 얼마나 불편했을까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내 시아버지가 돌아가게 되고 형제님의 유언장이 공개되었다. 


“내 재산은 내 것도 네 것도 아니다. 신부님의 강론 말씀대로 하느님 아버지의 것이다. 잠시 내가 지니고 있었을 뿐 하느님께 모두 돌려 드려야 하니 너희들은 그리 알고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마라.”

그리고는 자식들에게는 최소한의 것만 주시고 나머지 부분은 사회에 환원을 하셨다. 


우리가 현재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은 모두 우리의 것이 아니다. 땅에서 영원한 우리들의 소유는 없다. 소유 없는 것을 소유하려고 탐욕에 비틀거리는 모습을 멈추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나무면서 살아갈 여러분의 신앙의 촛불은 밝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