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아침 햇살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3-27 06:55 조회수 : 72

아침 햇살


매일 아침 방 안 깊숙이 밝고 따스한 햇살이 찾아온다. 가끔은 봄기운이 가득한 햇살 속에서 창가에 우두커니 서서 커피 한 잔을 들고 상념에 잠기곤 한다. 거저 주어진 그 시간을 즐기며 햇살 한가운데 가만 앉아 있다보면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행복이 밀려온다.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아름다움을 생각해본다. 심지어 돌멩이 하나, 흙 한 줌에 이르기까지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로부터 비난받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무슨 한가로운 넋두리냐고.... 물론 그들이 겪고 있는 고난과 슬픔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이 어렵고 각박하더라도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명상에 잠기는 일을 멈추어서는 안된다. 많은 사람들이 삶의 힘겨운 현실 때문에 마음이 무뎌지고 스스로를 돌보는 깊고 고요한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다. 먹고사는 일에 급급해서 아침 햇살 속에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잃어버린다면 얼마나 슬픈일인가? 


우리는 왜 살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이고 도달점은 어디일까? 쉽게 답할 수도, 결코 간과할 수도 없는 근본적이고 절실한 물음이 아닐 수 없다. 이 물음에 대해 자기 나름의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니요, 무엇인가를 이뤘다 하더라도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인생의 궁극적 목표가 자신의 참된 모습을 만나는 것이라는 관점에 서게 되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세속적 관점에서 보면 부자가 떵떵거리면서 행복하게 사는 듯 보이고, 가난한 이들은 형벌처럼 불행한 삶을 사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게 다는 아니다. 부자로 살든 가난한 자로 살든, 자기가 걸어가는 길이 다르고 모습이 다를 뿐 목표와 종착지는 모두 같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적당주의를 경계하면서 살아왔다. 그저 대충 살다가기엔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가진 신비가 놀랍고 아름답다. 그 신비와 아름다움을 두고 부차적인 것들에 눈을 팔며 산다는 건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그 신비와 아름다움을 만나지 못한 채 분주히 오가다 허겁지겁 생을 마감한다면 얼마나 허무한 일이겠는가? 찬란한 아침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맑은 눈으로 ‘나’를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