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나누면 오히려 남는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1-02 05:19 조회수 : 79

나누면 오히려 남는다


오늘은 전례력으로는 성 대 바실리오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 기념일이다. 어제 천주의 모친 마리아 미사를 마치고 간만에 보라매 공원을 걸었다. 겨울인데도 날씨가 봄처럼 포근해서 하늘 여기저기를 훨훨 나는 새를 바라보니 마음이 조금 느긋하고 평안하고 고요함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살면서 사람들이 서로를 미워하고 싸우면서 때로는 욕심부리고 질투하고 잘난 척하며 산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하기도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교우 부부를 만나서 인사를 나누었다. 나처럼 혼자보단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이 분명히 보기에는 더 좋다. 사는 것도, 노는 것도, 먹는 것도, 일하는 것도 함께 할 때 인간은 더 멋있어 보이고 아름다워 보인다. 함께 할 때에는 한 가지 덕목이 필요한데 그것은 ‘나 중심’이라는 이기주의보다는 ‘너 중심’이라는 이타주의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변화되는 것이 신앙생활의 목표이지만, 나를 비롯해서 신자들 대부분은 이것이 어려워서 함께 사는 삶을 아직도 어색해 한다.


일본의 유명한 작가 중에 ‘미우라 아야코’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작가로 이름이 나기 전에는 평범한 가정주부로서 봉급쟁이 남편의 봉급으로는 생활이 너무 어려워 동네에 조그만 구멍가게를 하나 차렸다. 그런데 어찌나 장사가 잘되던지 트럭으로 물건을 사들여 올 만큼 가게도 커지고 직원들도 많아졌다. 어느 날 직장에서 돌아온 남편은 일에 파묻혀서 정신없어하는 아내를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우리 가게가 이렇게 잘되는 것은 좋지만 이 주위가 다 어려운 사람들인데 우리만 잘되고 다른 가게들이 안 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며칠간 생각하다 부인 미우라 아야코는 자기 가게의 물건을 줄이고 어떤 물건은 아예 받지도 않아 옆의 가게를 도왔다. 손님들이 찾아오면 “그 물건은 저 가게에 가면 있습니다.” 하면서 손님을 나누어주며 함께하는 삶을 실천했다. 가게를 줄이면서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 부인 미우라 아야코는 틈틈이 펜을 들어 작품을 썼는데 그것이 바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빙점’이라는 소설이었다.


분명한 것은 함께하는 삶이란 정말로 아름답고 소중하다. 오늘 주보성인이신 바실리오 성인이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났다. 그분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입고 옷 이외의 옷장의 옷들은 나의 것이 아니고, 내가 신고 있는 신발 이외에 신발장에 있는 신발은 나의 것이 아니다."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욕심을 내지 말고 나누어주면서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늘 가르쳐주셨다. 성경에서도 함께하면 마음뿐 아니라 음식도 여유가 생긴다는 것을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 사화'에서 가르치고 있다. 함께하면 풍부해지고, 나누면 더 풍요롭게 된다는 신앙의 신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불안해하면서 자기중심이라는 우상숭배에 길들여 있는 이는 움켜쥔 조막손을 펴 보지 못하고 세상을 대하기 일쑤이지만 함께하는 삶, 나누는 삶을 사는 이는 언제나 모든 것을 넉넉하게 대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가끔 마음이 여유있고 넉넉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시원해지고 뻥 뚫린 듯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새롭게 새해를 시작하는 우리들도 '오병이어'가 주는 교훈과 바실리오 성인의 가르침 속에서 함께 하는 넉넉함을 배웠으면 한다세상은 함께하면 풍부해지고나누면 남는다는 평범하지만  가슴에 지녀야 하는 나눔의 정신을 갖고 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