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노 성인축일을 맞이하면서
오늘은 첫 순교자이신 스테파노 성인의 축일이다. 성인의 삶과 죽음을 묵상하다가 영원한 것은 무엇이며, 나에게 순간 다가왔다가 지나가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스테파노 성인은 예수님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까지 바치신 성인이시다. 영원한 것은 하느님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잠시 왔다가 가는 것들에 대해서 너무 집착하면서 살고 있지 않은지 성찰해보았다. ‘스쳐 지나간다’는 말 그대로, 쾌감, 성취, 명성과 같은 일들은 영원히 머물러 있을 것 같지만 잠시 다가왔다가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모든일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과거에 경험했던 모든 일들도 지금은 끝난 상태인 것이 대부분이다. 이전부터 가져 왔던 생각들에도 모두 시작과 끝이 있었으며,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들 역시 끊임없이 변화돼 왔다. 살면서 한가지 감정만이 우리의 마음을 꿰차고 들어앉는 일은 없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수시로 행복, 슬픔, 질투, 우울, 분노, 사랑, 수치심, 명예와 같은 모든 감정들을 경험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것들은 지금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가? 모든 것이 사라졌지만 무형적인 모습으로 나의 삶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이다.
우리들은 살다보면 대체로 두 가지에 실망하곤 한다. 첫째는 기쁨을 경험하는 순간, 사람들은 그것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법은 절대로 없다. 둘째로는 고통을 겪게 될 때, 당장 그것이 순식간에 사라져 주기를 바라는 것 또한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다. 하지만 이또한 희망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인간의 삶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일들의 연속이고, 현재의 한 순간이 영원할 것 같지만 자연스럽게 흐르는 강물처럼 시간과 함께 흘러가 버리고 그 자리는 또 다른 새로운 순간들로 메워진다.
그렇기에 성탄절과 연말연시에 흥겹고 즐거운 시간이 가져다주는 행복감이랑 맘껏 누리라고 하고싶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다른 일이 다가오고 있으며, 다른 모습의 순간들로 대체될 것이라는 사실 또한 명심해야 한다. 스쳐 가는 모든 일들에 대해 마음을 비우고 개의치 않을 때, 변화 무쌍한 삶의 순간순간 속에서도 평화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어떠한 고통이나 불쾌한 상황 역시 자신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이러한 인식을 마음에 새겨 두면, 역경에 직면한 순간에도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삶이 지속될 때 자신이 사랑했던 예수님을 위해서 기꺼이 목숨을 바칠 수 있었던 스테파노 성인의 모습을 나에게서도 찾을 수 있게 된다. 항상 이렇게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럴 만한 가치가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