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내가 생명의 빵이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8-08 04:58 조회수 : 84

내가 생명의 빵이다


오래전 본당에서 예비자 교리를 마치고 세례성사를 위한 면담을 할 때였다. 한 분에게 어떤 계기로 성당에 오셨는지를 물어보자, 그분께서 자신은 시장에서 작은 신발가게를 한다고 하시면서 자신도 신발을 많이 팔고 싶어서라고 이야기하셨다. 옆 가게를 보니 주인이 천주교 신자라서 성당사람들이 많이 오고 신발을 사지 않더라도 자주 머물다가는 것이 부러웠고 자신도 성당에 다니면 장사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왔다고 솔직히 말씀하셨다. 

그런데 교리를 배우면서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분에게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신앙을 갖는 것은 결코 순수한 마음은 아니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렇게라도 불러주시는 분이라고 말씀드리면서 너무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성당에 열심히 다니면서 봉사를 하다보면 신자들과 친하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장사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말씀을 드렸던 기억이 난다. 


복음에 보면 '빵의 기적'을 체험한 군중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예수님을 찾아 갈릴래아 호수 주변을 헤매고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잔뜩 기대감을 갖고 온 군중들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하신다.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오직 영원한 생명을 주는 양식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군중들 중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예수을 떠나지 않은 이유가 '빵의 기적이나 치유의 기적'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예수님만 따라다니면 자신들의 욕망을 채워주실지 모른다는 설레임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것의 중심이 예수님이 아니라 자신의 사적 이익이었던 것을 예수님께서는 간파하셨던 것이다. 그래서 아주 모질게 말씀을 하신다. 그러자 군중들은 “그럼,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하고 묻는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라고 대답하시면서 기적 아니라 더 본질적인 것을 믿어야 한다고 분명하게 대답하셨다. 


믿음을 이기적 욕심을 채우는 방편으로 생각한다면 우리의 믿음은 아주 왜곡되어 버린다. 어쩌면 그 옛날에 예수님께 꾸지람을 들었던 군중이 바로 나의 모습이 아닌지 성찰해보아야 한다. 물론 사적 욕심이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나치게 자신의 이기적인 생각이나 욕심에 사로잡혀 있고 예수님을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수단으로 이용하면 잘못된 것이다. 부족한 우리는 오늘도 신앙생활을 하면서 믿음과 자신의 욕망 가운데서 갈등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복음의 말씀을 기억하자.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