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와 홀로 세우기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7-30 05:00 조회수 : 76
병아리와 홀로 세우기
면담을 하다보면 사춘기나 청소년기의 자녀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들이 있다. 내용을 들어보면 자녀들이 말과 행동이 거칠어지기 시작해서 너무나도 힘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나이를 물어보고 20대가 넘어가는 자녀 때문이라면 "집에서 내보내세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부모들은 그 순간부터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신부님은 자식들을 키워보지 않아서 몰라요"라는 말을 표정으로 대신한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사춘기를 거쳐 청소년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집에서 닭을 키운 적이 있었다. 아버지께서 직접 닭장을 만들어 주셨고 닭도 사주셨다. 스무 마리가 채 안 되었지만, 그런대로 키우는 재미가 있었다. 시장에 가서 배추 잎이며 들판에 나가서 곤충들을 잡아다 주는 것은 언제나 내 몫이었다. 그리고 새벽마다 울어내는 수탉의 울음소리는 우리 가족을 부지런하게 만들어 주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신기한 것은 서울 변두리지만 그래도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동네에서 닭소리 때문에 시끄럽다고 항의를 받은 기억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서로를 이해해주는 마음과 달걀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닭을 키우면서 재미있는 일은 병아리가 부화되는 것이다. 알에서 깨어난 샛노란 병아리들이 종종걸음으로 어미 뒤를 따라다니는 것을 보면 참으로 신기했다. 병아리를 돌보는 어미 닭의 모습은 언제보아도 인상적이었다. 열심히 땅을 파서 먹을 것을 찾아주고, 새끼를 해치려는 행동을 하는 닭이 있으면 아주 치열하게 싸우곤 했다. 그러다가 다급한 일이 생기면 자신도 피하고 싶은 약한 존재지만 병아리들을 자신의 날개 속에 숨기는 모습 속에서 어떻게 저리도 자식을 사랑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일을 목격했다. 그토록 헌신적으로 새끼를 돌보던 어미 닭이 새끼들을 자기에게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부리로 매섭게 쪼아서 쫓아버리는 것이었다. 그때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새끼가 혼자서도 살 수 있다고 판단되어서 정을 떼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새끼를 홀로 세우는 짐승들에 비해 우리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가면서 지나치게 자식들을 품에 안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독립적이지 못하고 지나치게 부모에게 의존적이고 심약하게 자라는 이유가 나로 인한 것이 아닌지 우리 자신의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