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앙생활을 돌아보면서
월요일인 어제는 주일에 있었던 '주님 세례 축일'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나의 신앙생활을 돌아보았다. 세례를 받은지 40년이 넘었는데, 신앙생활을 통해서 나는 무엇을 얻었을까?를 생각해보면서 거의 대부분 세월을 사제로 살았기에 감사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나의 삶을 세 가지로 정리를 해보았다.
1) 人命在天(인명재천)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렸다.
2) 人間萬事 塞翁之馬(인간만사 새옹지마)
인과법칙은 진리이나, 그 다음의 결과는 알 수 없다.
3) 人有千存 不如 千有一存(인유천존 불여 천유일존)
사람이 천 번을 애써도 하늘이 한 번 뜻함에 비길 수 없다.
몇 주전에 있었던 항공사고를 접하면서 25년 전에 있었던 대한항공 괌사고가 생각이 났다. 교우가 괌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출발 며칠 전에 회사에 일이 생겨서 부득이하게 자신은 못가고 다른 일행은 행복하게 여행을 떠났는데, 비행기가 괌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서 승객과 승무원 228명이 사망했다. 자신은 여행을 가지 않아서 살았다는 안도감과 죽은 친구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괴로워해서 여러 차례 상담을 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당시에 여러 말을 했지만 "목숨이란 것이 하늘에 달려 있고 하늘이 주관한다"고 말하면서 위로를 해주었다. 우리는 살면서 사고는 나와 무관한 것이 절대로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지금 살아 있음에 감사하면서 서로 용서하고 사랑할 시간도 부족한 인생임을 명심하면서 살았으면 한다.
아주 가끔씩 신부로 살지 않았다면 나의 인생이 지금보다 더 행복할까를 생각하곤 한다. 나는 대학입시에서 의대를 지원했지만 낙방을 했고 2지망으로 공대에 진학을 했다. 그 당시에는 의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고 행복이었기에 나의 대학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만약 그 당시에 원하던 의대에 갔더라면 오늘의 내가 아닐 확률은 거의 99퍼센트였을 것이다. 인생에서 합격, 취업, 배우자 선택 등 원하는 것을 차질없이 성취한다는 것은 행복이 분명하지만 그 행복 뒤에 따라오는 것은 또 무엇인지는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러고보니 삶은 하나의 결과만 놓고 기고만장할 것도 못되고 안달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변방의 점쟁이 塞翁(새옹)이 "나쁜 일이 좋은 일로 바뀔지 누가 알겠소?"라고 했던 말이 가슴에 남는다.
살면서 애써 노력를 해도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기도 하고, 여러 사정으로 준비가 부족해서 기대도 안했던 일이 행운이 따르면서 성공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이 천 번을 노력해도 하늘이 한번 흔들어버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노력한 대로 얻는다는 교훈에 따라서 매사에 열심하되, 결과를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심을 믿고 겸허히 盡人事待天命(진인사대천명) 할 뿐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내 생각과 의지보다는 하느님의 섭리가 크니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순종함이 행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노력한 것의 결실이 무엇이었든 감사하고, 쭉정이에 순응하는 것을 깨우치고 나니 삶에서 안달할 것이 훨씬 줄어들었다. 지금처럼 살면서 성패에 무관하게 좋은 사람과 좋은 일을 함께 함으로써 얻어지는 행복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이 좋다.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가에 의한 거대한 폭력과 무지하고 난폭한 공권력에 분노하면서도 분노의 이면에서 저들의 이기심과 탐욕을 불쌍히 여겨 연민의 정으로 자기 전에 대속의 기도를 바친다. 지금 내 바람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참담하지만 하느님의 승리를 내다보니 지금 만족하지 못하고 가짐 없어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이 생긴다. 나는 이렇게 앞으로의 삶도 달관의 노년이 되기만을 소망하면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