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당신과 함께라서 행복합니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8-17 05:00 조회수 : 77

당신과 함께라서 행복합니다


날이 지나치게 더워서 그런지 온통 피곤하고 울적한 일만 가득했던 것 같은 하루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쁘고 즐거운 순간이 숨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즐거운 순간을 무심코 지나치고 기억하지 않고 흘려보낸다. 아마도 이것은 우리의 뇌가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를 더 강렬하게 기억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행복이 찾아와도 그 순간을 충분히 만끽하지 못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머릿속에 너무 많은 생각을 담고 살아가는 우리는 모처럼 주어진 찰나의 행복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반려견과 산책하러 나가면 개는 항상 지나가는 산책길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것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그 감정을 감추지 않는다. 귀를 쫑긋 세우고, 코로 냄새를 맡으면서 세상의 궁금증을 펼쳐보인다. 개는 자기 감각을 총동원해서 그 시간을 충분히 즐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인간은 아무리 근사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어도 마무리 짓지 못한 업무, 매듭짓지 못한 인간관계,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걱정 등을 떠올리면서 그 시간을 즐기지 못하고 낭비하고 있다. 눈에 안보이는 일을 걱정하느라 정작 눈에 보이는 좋은 풍경을 가슴에 담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 역시 현재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근심과 걱정에 휘둘려서 내 마음을 방해하고 있다. 좋은 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도 여전히 머리 한구석에서는 사목이라는 업무와 인간관계를 떠올리며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런다고 일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반복하면서 결과적으로 지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일 생각으로 편치않는 하루가 되어버린다.

삶의 기쁨을 누리는 첫 단계는 현재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다. 이는 나에게 주어진 여유롭고 즐거운 순간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지금 이 순간에는 내가 여기에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한다.


우리들은 살면서 불안과 걱정은 곧잘 찾으면서 눈앞의 기쁨은 보고도 지나치는지 모르겠다. 삶에서 발견하는 작은 기쁨이야말로 내일을 다시 살아갈 힘인데도 말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작은 일에도 행복을 느끼도록 노력하고 순간을 마음껏 즐기면서 살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면 즐거운 일이 주변에 널려 있음을 기억하고 기쁨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면서 살고 하루를 마무리하면서는 내가 놓친 유쾌한 순간이 뭐가 있었는지 떠올려 보자. 그리고 고마운 주변 사람에게 당신과 함께 했기에 행복한 날이었다고 말해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