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결론을 안다면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1-23 06:03 조회수 : 66

결론을 안다면


전세계적으로 한류 문화가 유행이다. 보잘것 없던 대한민국이 문화를 통해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하게 만들었다는 자체가 참으로 놀라운 성과다. 그 이유를 보면 한국 영화나 드라마는 시청자를 기다리게 하는 반전이 있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는 처음부터 주인공이 악당들을 부수는 것으로 일관되어 있기 때문에 스토리가 뻔하다. 그러나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는 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 결말을 궁금해 하면서 보게 만드는 놀라운 비결이 있다. 그런데 독자는 다음 스토리를 상상하면서 기다리지만, 작가는 그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 것인지를 이미 알고 있다. 작품을 만들기 전부터 기승전결에 대한 구성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드라마처럼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 궁금해 한다. 앞으로의 펼쳐질 나의 삶은 어떻게 전개될까? 미래에 대한 궁금증은 과학이 발달하고 합리적인 결단을 중요하게 여기는 요즘에도 철학관이나 무속신앙을 찾게 만들기도 한다. 인간의 운명은 이미 신에 의해서 태어나기 전부터 정해졌다는 '운명 예정설'이 있다. 그 내용대로라면 우리의 삶은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게 되는 것이다. 드라마는 대본에 기초해 전개될 스토리가 이미 정해지지만 가끔은 시청자들의 요청이나 이런 저런 이유로 중간에 내용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분명히 시청자들이 스토리에 대한 간섭을 시작하면 작가가 연출자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이다. 나의 인생도 하느님 손가락으로 써내려가는 스토리이다. 우리는 그대로 따를 수 밖에 없다. 조금 위한이 되는 점은 나는 하느님과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소통의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느님 마음은 완고하시기도 하지만 너그럽기도 하시다. 하느님은 자녀들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이라면 언제나 허락하신다. 그러므로 서슴없이 청원해도 좋지만 그것이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는 그분만이 아신다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자녀는 종종 아버지를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결국은 돌아온 탕자가 되어야 한다. 나는 내 삶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중요한 것은 알고 있다. 나는 언젠가 한 줌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 그 과정을 통해서 내 영은 아버지의 품으로 귀의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진리이다.


이야기의 결말을 아는 사람은 두려움이 없다. 신학생 시절에 서울의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난지도에서 방학 때마다 체험생활을 하곤했는데, 겨울에는 한강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추위 때문에, 여름에는 참기 힘든 냄새와 파리와 쥐 불결한 환경 때문에 고생했. 그래도 참을 있었던 것은 신학생이기 때문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집으로 돌아갈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살면서 결론을 알고 있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분명하게 이겨낼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