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나는 반딧불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1-20 21:11 조회수 : 80

나는 반딧불


며칠동안 허리가 아파서 고생하고 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보니,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고장이라면서 약먹고 조심하면 별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미사를 집전하기도 버겁다. 나이가 들면서 여기저기 고장나는 자연의 법칙을 어찌 피해갈 수 있겠는가 하고 인정은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하는 마음이 들어서 살짝 서운한 맘이 가슴 한 편에서 고개를 살며시 처든다. 그 서운함은 아마도 세월에 대한 감정이지만 한편으로는 60년을 넘게 살아오는 동안 특별한 고장없이 살아온 점에 대해서는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면서 앞으로 주어지는 삶에 대해서도 묵묵히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해본다. 아픈 허리를 조심하면서 음악을 듣고 있는데 노래 가사가 나의 가슴에 훅하고 들어오면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았았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별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한참 동안 찾았던 내 손톱

하늘로 올라가 초승달 돼 버렸지

주워 담을 수도 없게 너무 멀리 갔죠

누가 저기 걸어놨어 누가 저기 걸어놨어

우주에서 무주로 날아온ᅠ

밤하늘의 별들이 반딧불이 돼 버렸지

내가 널 만난 것처럼 마치 약속한 것처럼

나는 다시 태어났지 나는 다시 태어났지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알았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란 것을ᅠ

그래도 괜찮아ᅠ나는 빛날 테니까



가사가 좋아서 음악을 반복해 듣다가 기어이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차를 몰아서 내가 개똥벌레로 지내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았다. 그리운 친구들과 함께 뛰놀던 들판과 공항 주변의 공터는 건물로 가득했지만 나의 마음은 아직도 넓은 논과 들판에서 어린 시절의 친구들과 신나게 뛰놀고 있었다. 어머니의 손을 부여잡고 입학했던 국민학교, 친구들과 함께 겁없이 신나게 뛰어놀던 중학교 운동장을 돌아보았고, 집으로 오면서 성당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까지 돌보면서 나의 개똥벌레 시절을 회상해보다가 그 시절의 개똥벌레인 내가 저 멀리서 나를 묵묵히 바라보면서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나는 지금 개똥벌레를 지나서 빛나는 반딧불이 되어있을까? 별처럼 찬란하게 빛나길 바랬지만 현실은 오랫동안 이상과 갈등으로 방황했던 세월만 발견했다. 그래도 나는 소원을 들어주는 별은 아니어도 작은 반딧불처럼 소소하지만 남들에게 추억과 기쁨을 주는 그런 존재로 살고 싶다.

 나는 지금 음악을 다시 한 번 더 크게 틀면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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