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이 최선은 아니다. 과거의 상처는 반드시 치료해라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8-24 06:00 조회수 : 79
망각이 최선은 아니다. 과거의 상처는 반드시 치료해라
식물학자들은 나무의 나이테를 보고 나이는 물론 성장과정에서 일어난 많은 일들은 읽어낸다. 나이테 안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많은 정보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나무들과 마찬가지로 사람의 내면 세계에도 과거의 온갖 사건들이 기록되어 있는 나이테가 있다. 사람의 생각과 정서 안에는 살아오면서 겪었던 많은 사건들의 직간접적인 영향이 고스란히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아픈 상처와 불행했던 과거는 잠시 잊을수는 있어도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까지도 그 기억들은 말과 생각과 행동을 통해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과거의 사건들은 나의 사고와 정서와 행동에 깊은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내가 맺고 있는 모든 대인관계의 영역 속까지 침투해 있다. 특히 인격적인 모독이나 자존감의 심한 손상, 쓰라린 추억 등은 망각에 의해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언제라도 그때와 동일한 상황이 발생되면 조건반사와 연상작용에 의해 그때의 감정과 반응이 나도 모르게 재현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상처받은 감정과 쓰라린 추억이 재현되는 아픔을 맛보게 된다. 이는 좌절감과 증오심과 죄책감을 유발하여 자신감을 상실하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그래서 사람은 동일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피하려고 애쓰며 쓰라린 추억에 직면하기를 두려워한다. 이처럼 손상된 자아가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동반하며 이는 정신적 부담이 된다.이런 사람들은 항상 강박관념에 쫓겨 자신을 혹사하거나 자신이 알지 못하는 가운데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서적 상처를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 그것은 비록 생각하기 싫을 정도의 아픔이 있을지라 자신이 상처를 받았던 원점으로 돌아가서 반드시 치유를 받아야 한다.
거기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어린 소년이 있고 어머니를 구타하는 아버지가 있을 수 있다. 배신감에 치를떠는 청년과 결별을 선언하고 냉정하게 돌아서는 애인이 있을 수 있다. 이제는 두려워하지말고 과거의 상황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살펴보자. 인생 여정의 거친 세파를 헤치고 나온 현재의 성숙한 자아로서 포용력을 가지고 그때의 상황을 바라보자. 이것이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스트레스의 원인을 제거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