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11. 즐거워야 내용을 잘 기억한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7-13 08:11 조회수 : 54

11. 즐거워야 내용을 잘 기억한다


탈무드를 읽으면서 느낀 점은 다양한 주제와 다른 이들의 의견을 수용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수긍할 수밖에 없을 만큼 완벽한 논리로 답을 제시하더라도 그것을 정답이라고 결코 말하지 않는다. 탈무드를 읽는다는 것은 그림으로 친다면 물감으로 가득채운 서양화 보다는 여백의 공간이 많이 남아있지만 오히려 여백에 의해서 채워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동양화를 보고 있는 것 같다. 탈무드는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만큼이나 해결하는 방법 또한 다양한 만큼 ‘맞다, 틀리다’는 이분법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


탈무드의 형식이 대화와 토론인 것은 여러 사람들이 한 가지 사례를 각자의 생각과 해석을 공유하고, 갖가지 대안에 대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적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가지 관점만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갖고 읽어야 한다. 때론 매우 혼란스러운 관점이 제시되기에 더 많은 의구심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사고력과 논리력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은 어떠한가? 우리는 ‘정답 맞히기’에 모든 교육 시스템이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정답은 인터넷 검색만 해도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다. 정말이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보다는 사고력을 통한 다양한 시각과 해답으로 가는 과정이다. 


정답은 옳다고 정해진 답을 말하고, 해답은 풀어낸 답을 의미한다. 그래서 정답은 대부분 하나지만, 해답은 각자가 풀어낸 답이기에 매우 다양하다. 정답은 맞음과 틀림 밖에 없지만, 해답에는 최선책과 차선책을 비롯해서 다양하게 있다. 우리의 교육의 맹점은 내용은 다소 몰라도 정답을 맞추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예를 들어서 과학의 경우, 우리는 과학의 결과만을 중시해서,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과학의 원리나 이론이 무시되기도 한다. 우리의 대부분의 시험도 오로지 성적을 잘내거나 합격이 목표이기에 그것을 달성하면 끝이다. 그런 탓에 시험만 보고 나면 그동안 공부한 지식들을 모두 잊어버리고, 다시 시험 때가 되면 그 지식을 다시 채우는 행동을 반복한다.


유대인 속담에 “공부가 즐거워야 비로소 기억한다라는 말이 있고, ‘기억과 망각의 곡선 발표한 독일 심리학자인 '에빙 하우스'도인간은 기억한 것의 50퍼센트를 불과 1시간 이내에 잊어버리고, 하루에는 70퍼센트, 1개월 뒤에는 거의 대부분을 잊어버린다라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자신이 재미를 느껴서 관심을 갖고 즐겁게 배운 것은 대부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시간이 한참 지나도 대충 30퍼센트는 남는다고 했다

우리는 시험에서 정답을 맞추는 것을 우선시하니 공부가 즐겁지도 않고 시간이 지나면 결국 모두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관심이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흥미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목표를 설정하고 없이 달려가는데 열중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