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낡은 바이올린의 진가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2-12-14 12:50 조회수 : 29

낡은 바이올린의 진가


겨울이 시작되는 바람이 느티나무 가지를 흔들고 지나간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뭇가지가 흔들리지 않으면 창문을 통해 밖을 보는 사람들은 바람의 존재조차도 느끼지 못한다. 

당신은 살아 있다는 것을 어떻게 느끼는가? 나는 가끔 찾아오는 가슴 시린 일들로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나는 가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스스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잊곤 한다. 그러면서 때로는 내 자신의 삶에 값어치를 터무니없이 싸게 매긴다. 스스로의 힘으로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어렵고 귀중하다는 것을 잠시나마 잊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어쩌면 스스로의 진정한 값어치를 모르고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남들이 인정하는 것으로 내 자신의 값어치로 매기고 있다면 그것은 불완전하고 거짓된 값어치에 지나지 않는다. 


분명한 사실은 당신의 값어치는 남들이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을 수 있다. 꼭 우리의 값어치는 경매장에 나온 낡고 흠으로 가득한 오래된 바이올린과 같다. 낡은 바이올린은 경매하는 사람에게 별것 아니다. 그저 사고 파는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낡고 허름한 바이올린에서 아름다운 음악이 나온다면 어떨까? 바이올린의 진정한 값어치는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야기는 더욱 달라질 것이다. 

아인쉬타인과 낡은 바이올린에 관한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어느 추운 겨울날 길을 지나던 아인쉬타인은 바이올린이 길거리에서 경매가 이루어지는 장면을 보았다. 워낙 바이올린 연주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인지라 가던 길을 멈추고 경매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이올린 외형의 상태가 별로 안좋아서 그런지 단돈 2달러에 경매가가 책정되어 있는데도 사람들이 처다 보지도 않았다. 아이쉬타인은 경매사의 허락을 받아 바이올린의 먼지를 털어내고 느슨해진 줄을 조인 다음 연주를 시작했다. 마치 천사가 노래하는 것처럼 맑고 감미로운 멜로디가 바이올린을 통해서 나오기 시작했다. 연주가 끝나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쳤고 경매는 다시 시작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여기저기에서 서로 경쟁하듯 입찰 가격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당신의 값어치는 연주하기 전의 낡고 볼품없는 바이올린의 가격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사실 우리는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단돈 2달러라는 헐값에 팔리는 바이올린과 같이 별 볼일 없는 인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주님을 만나서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이제부터 자신의 값어치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외모가 낡은 바이올린이라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 나의 삶과 가치도 비록 외모는 낡아 보이는 바이올린 같지만 내면의 가치는 아름다운 연주소리를 통해서 사랑을 받는 값어치가 나가는 사람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