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눈송이의 무게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5-01-31 21:38 조회수 : 87

눈송이 하나의 무게


아침부터 함박눈이 하루 종일 내리고 있다. 입춘이 3일밖에 남지않아서 봄이 오려나 기대를 했었는데, 오히려 가상청에서는 일기예보를 통해서 눈이 그치면 매서운 추위가 온다고 해서 성당도 동파에 대한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입춘이 오는 것을 시샘이나 하듯이 동장군이 물러가지 않겠다고 시위하는 듯이 눈도 내리고 기온도 내려간다고하니 어깨가 저절로 움츠러든다. 하지만 창문을 활짝 열고 눈처럼 하늘의 은총도 우리에게 내려 어둠과 아픔까지 다 덮어주길 바라면서 커피 한 잔과 함께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면 눈은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기분을 살짝 흥분시키는 마력도 갖고 있다. 예전에 누군가가 나에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눈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눈이 내리는 어느 날 아주 작은 참새가 비둘기에게 물었다. “눈송이의 무게가 얼마나 될까?”

비둘기가 대답했다.
“눈송이에 무슨 무게가 있겠어. 허공처럼 무게가 없겠지.”

그러자 참새가 말했다.

“언젠가 눈이 내리는 전나무 가지 위에 앉아 있었어. 할 일도 없고 해서 나는 막 내리기 시작한 눈송이 숫자를 세기 시작했지. 가지 위에 쌓이는 눈송이 숫자를… 그런데 눈송이가 9,198번이나 내렸는데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 그런데 말이야....”

비둘기는 궁금해졌다. 그러고는 참새를 빤히 쳐다보았다.

참새는 잔잔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다음 9,199번째 눈송이 하나가 가지 위에 내려앉자, 가지는 그만 뚝하는 소리와 함께 부러지고 말았지. 무게가 전혀 없는 허공과 같은 눈송이 하나가 앉았을 뿐인데….”

참새의 이야기를 듣고 한참 생각에 잠겼던 비둘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했다.

“그래, 맞아. 세상에 평화가 아직 오지 않은 이유가, 단 한 사람의 목소리와 노력이 부족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눈송이 하나의 무게가 얼마나 하겠는가? 눈송이 하나의 무게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가볍다. 하지만 한없이 가벼운 눈송이 하나가 더 얹히는 순간 가지가 부러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 한 송이가 내려오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던 전나무 가지였다. 참새 말의 의미를 되새기는 비둘기의 고백이 진한 커피 향처럼 내 가슴 속에 파고들어 온다. 

‘세상에 아직 평화가 눈처럼 내리지 않은 것은 단 한 사람의 목소리와 노력이 부족해서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