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터 어웨이'를 보고 나서
얼마 전에 톰 행크스가 2002년에 주연했던 <캐스트 어웨이>라는 오래된 영화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톰 행크스 하면 가장 대표적인 영화는 <포레스트 검프>라고 생각하지만, 난 개인적으로는 <캐스트 어웨이>를 그의 대표적인 영화로 생각한다. 내용은 사랑하는 여인 ‘켈리’와 크리스마스이브 당일에 데이트하다가 회사에서 급하게 불러서 페덱스 화물기를 타고 가다가 사고로 무인도에 조난된 ‘척’이라는 한 남성이 섬에서 탈출하기까지 생존기를 다룬 영화다.
‘척’은 조난 물품 중 스케이트 날을 이용해서 장작을 만들고 라이터 없이도 불을 피워서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하는 등, 무인도에서 나름대로 적응하면서 지냈다. 하지만 단 한 가지는 도저히 대체할 수 없었는데 그것은 대화를 나눌 상대는 어찌할 수 없었다. 외로운 ‘척’은 함께 섬으로 떠내려온 배구공을 주워서 사람의 얼굴로 만든 후 ‘윌슨’이라고 붙여서 탈출하기까지 4년 동안 꾸준히 대화한다. 인간도 동물도 아니고 단지 배구공일 뿐인 윌슨이 ‘척’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없었지만, 무인도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배구공 윌슨은 ‘척’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할 유일한 대상이었다.
<케스트 어웨이>를 보면서 제아무리 잘난 사람도 세상을 혼자서는 살아갈 순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더 확인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타인과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 과정에서 나와 잘 맞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오랫동안 알아 왔지만, 관계에 큰 발전이 없는 사람과 짧게 알았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 사람 등 수많은 사람들을 거쳐가 지금의 내가 형성된 것이다. 특히나 유대감은 대인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다. ‘척’이 배구공으로 얼굴을 만들어서 소통하려고 시도한 것처럼, 인간은 타인에게 기대고 싶어한다. 타인과 서로 의지하고 특히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날 때 행복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인간이기에 당연한 순리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핸드폰을 꺼내서 연락처를 훑어보면서 그 안에 담겨져있는 수많은 이름을 떠올려 보았다. 그 이름이 모두 기억나는 것도 반가운 것도 아니다. 어떤 사람은 매일 만나는 사람도 있고 두세 달에 한 번 만나는 사이고 또 어떤 사람은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사이고 또 다른 사람은 번호에 입력한 이후로 한번도 연락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가끔씩 정리를 한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혹시나 연락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지우지 못한 사람도 있다. 과연 이들 중 내가 진정 의지하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반대로 그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오늘도 하루도 무수한 사람 사이에 섞여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지만 내가 무인도에 고립된 ‘척’보다 덜 외로운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를 스스로에게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