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캐스터 어웨이'를 보고 나서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9-02 04:57 조회수 : 75

'캐스터 어웨이'를 보고 나서 


얼마 전에 톰 행크스가 2002년에 주연했던 <캐스트 어웨이>라는 오래된 영화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톰 행크스 하면 가장 대표적인 영화는 <포레스트 검프>라고 생각하지만, 난 개인적으로는 <캐스트 어웨이>를 그의 대표적인 영화로 생각한다. 내용은 사랑하는 여인 ‘켈리’와 크리스마스이브 당일에 데이트하다가 회사에서 급하게 불러서 페덱스 화물기를 타고 가다가 사고로 무인도에 조난된 ‘척’이라는 한 남성이 섬에서 탈출하기까지 생존기를 다룬 영화다. 


‘척’은 조난 물품 중 스케이트 날을 이용해서 장작을 만들고 라이터 없이도 불을 피워서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하는 등, 무인도에서 나름대로 적응하면서 지냈다. 하지만 단 한 가지는 도저히 대체할 수 없었는데 그것은 대화를 나눌 상대는 어찌할 수 없었다. 외로운 ‘척’은 함께 섬으로 떠내려온 배구공을 주워서 사람의 얼굴로 만든 후 ‘윌슨’이라고 붙여서 탈출하기까지 4년 동안 꾸준히 대화한다. 인간도 동물도 아니고 단지 배구공일 뿐인 윌슨이 ‘척’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없었지만, 무인도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배구공 윌슨은 ‘척’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할 유일한 대상이었다.


 <케스트 어웨이>를 보면서 제아무리 잘난 사람도 세상을 혼자서는 살아갈 순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더 확인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타인과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 과정에서 나와 잘 맞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오랫동안 알아 왔지만, 관계에 큰 발전이 없는 사람과 짧게 알았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 사람 등 수많은 사람들을 거쳐가 지금의 내가 형성된 것이다. 특히나 유대감은 대인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다. ‘척’이 배구공으로 얼굴을 만들어서 소통하려고 시도한 것처럼, 인간은 타인에게 기대고 싶어한다. 타인과 서로 의지하고 특히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날 때 행복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인간이기에 당연한 순리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핸드폰을 꺼내서 연락처를 훑어보면서 그 안에 담겨져있는 수많은 이름을 떠올려 보았다. 그 이름이 모두 기억나는 것도 반가운 것도 아니다. 어떤 사람은 매일 만나는 사람도 있고 두세 달에 한 번 만나는 사이고 또 어떤 사람은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사이고 또 다른 사람은 번호에 입력한 이후로 한번도 연락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가끔씩 정리를 한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혹시나 연락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지우지 못한 사람도 있다. 과연 이들 중 내가 진정 의지하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반대로 그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오늘도 하루도 무수한 사람 사이에 섞여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지만 내가 무인도에 고립된 ‘보다  외로운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