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17. 지혜를 쌓아 지식을 이용하자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4-07-13 10:30 조회수 : 40

17. 지혜를 쌓아 지식을 이용하자​


토라와 탈무드에는 인류의 지혜가 가득 담겨 있는데, 그런 지혜는 시대의 변화에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 유대인들은 지혜의 불변성을 믿기에 토라와 탈무드를 교육의 으뜸으로 여기는 것이다. 한편 우리의 교육은 자녀에게 지혜보다는 결과물이 쉽게 드러나는 지식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지식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장소를 불문하고 얻을 수 있다. “물고기를 잡아주면 하루를 살 수 있지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면 평생을 살 수 있다”는 유대인의 격언이 있다. 이 말은 인생에서 지혜야말로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진정한 교육이라는 의미이다.


유대인은 아이에게 단순한 지식보다 현명한 지혜를 쌓게 하는데 주력한다. 지혜는 가정과 신앙 안에서 부모의 가르침에 의해서만 길러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혜는 부모의 교육으로, 지식은 스승의 교육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혜로운 자만이 지식을 올바로 사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지혜가 뒤지면 모든 것에서 뒤지고 지혜가 있는 자는 모든 면에서 앞설 수 있고 갖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혜란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과감히 결정할 수 있는 힘과 안목을 뜻한다. 지혜가 없는 지식은 깊이가 얕지만, 지혜가 밑바탕에 깔린 지식은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은 것이다.


유대인 부모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때 "선생님에게  질문을 많이 해라" 라는 이야기를 한다. 무엇 때문에 그런말을 하는지는 히브리어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히브리말로 무엇(what)과 인간(man)은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 그들은 인간답게 만드는 것 중에 하나가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질문을 많이 한다는 것은 학습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는 증거이고 질문은 사고력을 키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자기 나름의 의문을 품는 것은 곧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적인 성장은 그런 의문들을 풀기 위해 무수히 질문하고 더 넓고 깊이 사고하는 과정에서 비약적으로 이루어진다. 결국 질문은 인간을 진일보시키는 길잡이이자 지성의 출발점인 셈이다.


그런데 유대인 어린이들의 질문은 우리와 다소 다른 점이 있다. 그들은 질문을 던지는 행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견도 함께 첨부한다는 것이다. 어떤 의문을 조금이라도 품었다면 그 의문을 기꺼이 제기하고 상대방의 답변이 논리적이고 타당한지를 비판적으로 사고한 후 다시 생기는 의문에 대해 또 질문을 한다. 이는 내가 질문을 하면서 역으로 질문을 받게 될 때 나도 상대방에게 그에 대한 답변할 지식과 논리와 근거를 갖추고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질문을 하면서 대화를 지속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다. 

이런 질문의 태도와 토론의 결과가 고등학생 때까지는 지극히 평범했던 유대인의 젊은이가 아이비리그 입학생의 30퍼센트를 차지하고 더 놀라운 것은 거의 탈락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약 45퍼센트가 중도에서 포기를 한다. 유대인들은 토론을 통해서 길러진 사고력과 통찰력의 힘으로 학습에서 뛰어난 적응력과 성적을 얻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