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 서기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서 아래에 있는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거꾸로 보인다. 가장 높은 산은 가장 가까이 보이고 가장 깊은 계곡은 반대로 가장 멀리 보인다. 하늘에서 볼 때에는 산이 계곡이고 계곡이 산처럼 보인다. 사람들도 거꾸로 서서 걸어가고 있다. 이 요술 같은 변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보는 사람들의 위치에 따라서 달라진 것이다. 시선의 위치에 따라서 사물은 그렇게 커다란 차이가 생긴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생각이나 판단 그리고 그 표현인 말도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같은 사건이나 일도 큰 차이를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같은 말이나 행동이라도 사람들에 따라서 받아들여 지기도하고 무시되기도 한다. 그래서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말이 오해 없이 잘 통하고 잘 어울릴 수가 있는 것이다.
간혹 어떤 사람이 나타나 청중과는 너무 다른 높이의 말과 행동을 한다면 사람들은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따라서 엉뚱한 반응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 예수님의 언행을 대하는 주변 사람들도 이런 반응을 흔히 보였다. 그들의 반응을 보면 동문서답 내지는 동상이몽 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장면들이 속출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가 미쳤다”, “예수가 베엘제불에게 사로잡혔다”, “예수는 악령에 사로 잡혔다”등의 반응을 보인 것이다.
예수님께 대해 악의를 품고 있던 사람이 아니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분의 말씀이 얼마나 상식에서 벗어나고 따라서 거북했을 것인지 우리는 충분히 알 수 있다. 가난한 사람, 지금 굶주린 사람, 지금 우는 사람들을 행복하다 하고, 부유한 사람, 지금 배불리 먹고 지내는 사람, 지금 웃고 지내는 사람들을 불행하다고 선언하시는 말씀을 필두로 하여, 그분의 가르침은 세상의 판단 기준으로 생각할 때 온통 뒤죽박죽이다. 눈이 멀쩡한 사람과 소경의 위치가 뒤바뀌고, 부자와 거지의 처지가 전도되며, 첫째와 꼴찌가 뒤바뀐다. 그분께서 선포하시는 나라에서는 높은 자리에서 세도를 부리던 사람이 밑으로 내려지고 밑에서 비천하게 살던 사람이 들어 높임을 받는다는 식의 예수님 말씀은 자세하게 설명을 하지 않으면 일반인들의 눈에는 상당히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예수님은 요한복음 8장 23절에서 당신의 말씀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해 말씀을 하셨다. “너희는 아래에서 왔고 나는 위에서 왔다. 너희는 이 세상에 속하지만 나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이는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면 세상의 사물들과 사람들이 거꾸로 보이는 것과 같은 시각인 것이다. 지금 예수님은 세상을 인간의 시각이 아니라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하느님의 자녀라고 자부하는 우리들은 세상을 하느님의 시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하느님께서 이 순간 우리에게 원하시는 삶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