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과 거룩함
이스라엘 호텔에 머물다보면 평상시와는 다르게 안식일에는 운행하는 엘리베이터가 2종류가 있다. 만약 이런 사실을 모르면 곤란한 일을 겪게 된다. 하나는 외국인을 위한 일반 승강기이고, 하나는 유대인들이 안식일에 사용하는 승강기로 매 층마다 자동적으로 문이 열리게 되어 있다. 이런 이유는 차별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은 승강기 단추를 누르는 행위도 안식일에는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승강기 단추를 누르는 것은 생계를 위한 일이라서 안식일 법에 위배가 된다는 것이다.
인식일 제도의 역사적 유래는 이집트를 탈출하면 시작되었다. 이집트에서 노예살이를 하던 시절에는 일 년 내내 노동을 했기에 휴식에 대한 욕구가 커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른 민족과 함께 혼재해서 살게 되면서 안식일은 이스라엘의 고유성을 잘 드러낼 뿐만 아니라 타 민족과 구분할 수 있는 역할도 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일도 중요하지만 휴식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당연히 누려야 할 휴식을 빼앗는다면 인간은 일의 노예, 생산의 도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주일에 쉰다는 것은 노동의 대가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위한 의무이다. 그저 일에 지쳤으니까 생활이 피곤하니까 적당히 쉬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의무적으로 쉬어야 한다. 육체를 쉬게 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에 안정을 준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먹고 마시고, 이리저리 다니고 바쁘게 시간을 보낸다. 이것이 지나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렇게 볼 때 사실은 우리가 주일을 지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일이 인간을 인간답게 살도록 지켜 준 셈이다.
그리고 우리가 주일은 지킨다는 것은 생계를 위한 일 조차도 중지하고 쉬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단지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쉰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나 노는 것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냥 쉬는 것이 아니라 주일을 거룩하게 함으로써 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만약 어느 사장님이 주일 미사를 참례하기 위해 운전기사를 출근시킨다면 그 사장 신자는 주일의 정신을 완전히 무시하는 무신론자이다. 주일에는 먼저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일에서 자유롭게 해야 한다. 일에서 벗어나는 여유가 있어야 비로소 인간은 자신과 이웃이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자유인임을 기억할 수 있다. 따라서 주일은 인간에게 이런 해방과 자유와 생명을 주신 분이 하느님임을 기억하라는 날이다. 그리고 창조와 구원의 위대한 업적을 기념하고 하느님을 흠숭하는 마음을 갖고 미사를 드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