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의 유언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2-17 06:46 조회수 : 131
알렉산더의 유언
어제 지인의 모친께서 소천을 하셔서 저녁미사를 마치고 늦은 시간에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거의 막차를 타고 귀가를 하면서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다. 오래 전부터 나의 마음 한 구석에 간직하고 있는 명언들이 생각났다. 나에게는 지혜가 되고 때로는 방향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오늘 아침에는 그 중에 하나인 알렉산더가 남긴 유언이 생각이 났다.
세계 최초로 제국의 통치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알렉산더 대왕은 죽기 직전에 자신들의 부하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자신의 제국을 사랑하던 부하 4명에게 분할 통치를 할 것과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지켜줄 것을 당부하면서 그는 뜻밖의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거든 내 시체가 누워있는 관 양쪽에다 크게 구멍을 뚫어라. 그리고 뚫린 구멍 밖으로 내 양손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밖으로 내놓아라.” 이것이 천하를 호령했던 알렉산더의 유언이었다. 처음에는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곧 알게 되었다. 알렉산더 대왕처럼 천하를 지배했던 권력자도 죽을 때는 빈 손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자기의 죽음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알렉산더는 이 땅의 모든 재물은 소유자의 손에서 잠시 빛날 뿐 끝까지 그 빛은 간직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 주었다.
알렉산더의 유언은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알렉산더 그 자신마저 죽을 때는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그 어떤 인간도 지상의 것은 자기 소유가 될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기에 재물이란 살아갈 수 있을 만큼 필요할 뿐 그 이상의 소유는 욕심이다. 그 탐욕 때문에 때로는 죄를 짓게 된다. 우리는 이 땅의 모든 것을 죽음의 저 세상까지 가지고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사실을 알면서도 늘 외면하고 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불쌍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아마도 하느님을 모르고 살다가 가는 사람들이며 그에 못지 않는 사람들이 들고 못가는 재물 때문에 죄를 짓고 사는 사람들 일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 그렇다면 내가 하느님을 만나러 가면서 어떤 자세를 갖고 가야해야 하는지 정도는 늘 생각하면서 살아갈 필요가 있다. 내 자신도 살면서 필요 이상의 욕심과 재물 때문에 하느님을 외면하면서 살아 오지는 않았는지를 돌아보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