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장엄 미사곡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1-16 08:59 조회수 : 52
베토벤의 장엄 미사곡
나는 음악을 잘 모르지만 듣기를 좋아한다. 기분에 따라서 가요부터 재즈음악 그리고 클래식까지 모든 음악을 듣는다. 완전히 잡식성 음악 취향을 갖고 있다. 클래식은 어렵지만 있는 그대로를 들으려하면 그리 부담없이 들을 수 있다. 요즘 자주 접하는 것을 보면 나이가 겨울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클래식에서는 바흐와 브람스와 베토벤의 음악을 가장 자주 접한다. 음악을 들을 때마다 위대한 음악가들을 세상에 보내주셔서 훌륭한 음악 작품을 접하게 허락해주신 하느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그중 베토벤의 생애는 여느 음악가들에 비해 삶과 모든 환경이 복잡했다. 교향곡 9번인 합창곡을 작곡 할 무렵에는 이미 귀가 멀어 있었다. 그것은 베토벤에게나 베토벤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비극이었다. 그러나 진정으로 베토벤이 위대한 점은 이 단점을 극복해 냈다는 것이다. 그는 후천적인 장애가 생겼지만 자신의 놀라운 집중력과 상상력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했다.
어느 날 베토벤은 점심을 먹기 위해서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악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지체없이 갖고 있던 메모지와 펜을 꺼내서 부지런히 악보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 카운터로 가서 음식값을 지불하려 했는데, 웨이터가 아직 음식을 드시지 않았다고 말했던 것이다. 베토벤은 자기가 음식에 손도 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기의 예술에 심오하게 몰두하고 창작의 열의를 가졌기에 그는 위대한 작품들을 만들게 되었던 것이다.
바흐와 미사곡에 있어서는 쌍벽을 겨루는 베토벤의 5악장으로 된 장엄미사곡은 감명을 안겨 주는 미사곡이다. 장장 1시간 20분의 연주시간이 소요되지만 나는 이 미사곡을 들을 때마다 이 장엄미사곡을 통해서 인간과 종교는 하나가 됨을 느끼곤 한다. 특히 신자들의 신앙고백문인 사도신경 안에서 성부께 영광을 드리는 설명이 함께 하고 있어서 더 좋다. 여건만 된다면 우리 본당 안에서 베토벤의 장엄미사곡을 신자들과 함께 듣고 싶지만 모든 여건이 그리되지 못해서 아쉬울 따름이다.
세상의 많은 음악인들과 미술인들이 포함된 예술인들이 하느님의 영광을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하듯이 사제인 나도 혼신의 힘을 다해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서 정성껏 미사와 강론을 봉헌하고자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