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세례 축일
교회는 주님공현대축일을 끝으로 성탄시기를 끝낸다. 그리고 바로 오늘 주님 세례 축일을 지내면서 연중시기로 넘어간다. 세례축일인 오늘은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신 일을 기념하면서 우리도 세례성사를 받던 은총의 순간을 기억하고 그 때의 각오를 새롭게 다짐해보았으면 한다.
신약성경에 나오는 제자들의 실수를 보면 예수님으로부터 수위권을 받은 베드로 사도가 저지른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실수투성이고 부족하고 심지어는 배반까지 한 베드로 사도를 반석으로 삼아 그 위에 교회를 세우셨다. 그렇다면 시몬이 예수님으로부터 베드로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면서 성숙한 인간으로 바뀌었는가? 이름처럼 바위와 같이 듬직한 인물로 변했는가? 답은 불행히도 ‘아니오’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세례를 받을 때 새로운 이름을 받았고 세례명으로 불렸다고 해서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완벽한 인간이 된 것은 아니다.
그러면 왜 그럴까? 답은 하느님은 준비된 사람을 부르시는 것이 아니라 먼저 부르신 다음 준비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은 시몬한테서 충동적이고 다혈질적이고 불안한 모습만을 보았겠지만 예수님은 그런 그의 겉모습 속에 감추어진 가능성을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베드로라는 새로운 이름을 주시면서 ‘너는 이제부터 반석으로 살아갈 것’이라는 사명을 주신 것이다.
예수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그랬던 것처럼 우리를 보실 때도 그러하셨다. 우리가 소심하고 겁이 많아도, 언제나 유혹에 넘어갈지라도, 용기가 부족해서 옳은 일을 판단도 못하고 실행도 못해도 상관없어 하셨다. 그보다는 우리의 내적, 영적 가능성을 보시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사람’, ‘훌륭한 부모가 될 사람’, ‘남의 기쁨을 위해 사는 사람’의 가능성을 보시고 부르신 것이다.
그러니 우리도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어야 한다. 부정적인 눈으로, 세상의 꼬리표로 나를 평가하는 바보짓을 오늘부터라도 당장 그만 두어야 한다.
예수님이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오실 때 하늘에서 들려온 소리처럼 오늘도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고 계신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