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작은 목표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2-12-04 09:44 조회수 : 18

1984년 동경국제마라톤 대회에서 무명의 일본 선수 야마다 모토이치가 예상을 깨고 우승을 차지하였다. 기자가 그에게 어떻게 그렇게 놀라운 성적을 거둘 수 있었는지를 물었다. 그는 “지혜로 상대방을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우연히 우승을 차지한 이 키 작은 선수가 연막술을 쓴다고 생각했다. 마라톤 경기는 체력과 인내력을 겨루는 스포츠다. 기본적으로 신체 조건과 인내력을 갖춰야만 우승할 수 있고, 그 다음으로 폭팔력이나 속도가 중시된다. 따라서 신체적으로 열세를 갖고 있으면서 단지 지혜로 승리를 거둔다는 말은 약간 억지스러웠다. 2년 후 이탈리아의 북부 도시인 밀라노에서 이탈리아 국제마라톤 초청시합이 열렸다. 야마다 모토이치는 일본을 대표하여 경기에 참가했고, 이번에도 그는 우승을 하였다.

기자가 다시 그에게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하지만 천성이 과묵하고 언변의 재주가 별로 없던 모토이지는 이번에도 여전히 지난번과 같은 답변을 반복했다. 기자가 더 자세히 물어보았지만 이번에도 웃기만 할 뿐이었다.

 

10년 후에 수수께끼가 드디어 풀렸다. 야마다 모이치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썼다. “매번 시합을 하기 전에 난 차를 타고서 마라톤 코스를 몇 바퀴를 돌며 자세히 둘러보았다. 그리고 길가에 있는 비교적 쉽게 눈에 띄는 표지를 기억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표지는 은행, 두 번째 표지는 큰 나무, 세 번째 표지는 붉은 건물….. 이런 식으로 일정한 거리를 나누어 계산하면서 결승점까지 기억했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된 후 나는 100미터 달리기를 할 때의 속도로 첫 번째 표지를 향해 힘껏 내달리고, 첫 번째 목표에 이른 후에는 다시 똑같은 속도로 두 번째 표지를 향해 뛰고…. 이렇게 몇 십 개의 목표로 나눈 후 나는 40여 킬로미터를 아주 힘들이지 않게 가볍게 뛰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런 방법을 시도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40여 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결승점 깃발을 목표로 삼았다. 그 결과 10여 킬로미터만 뛰면 벌써 피곤해지기 시작했고, 때로는 지쳐서 포기하기도 했다. 남아 있는 멀고도 먼 결승점 때문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참으로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우리도 어느 목표를 멀리 설정해 놓고 일을 행하다보면 결승점이 너무 멀어서 중간에 쉽게 일을 포기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중요한 것은 멀리 있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치지 않고 해나가야 하는데 웬만한 의지가 없으면 곤란하다. 

그래서 야마다 모이치는 목표를 짧게 끊어서 설정한 것이다. 작은 목표를 성취하면 힘도 더 나고 다음 목표로 나가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원대한 꿈을 갖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한 목표로 가는 주변에 아무런 성취감을 이룰 수 있는 것들이 없으면 공허하고 쉽게 지치게 된다. 우리들도 목표를 세우면서 살아가야 하지만 그 여정에 작은 목표들도 끊임없이 설정해서 성취하면서 큰 목표로 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