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고백성사의 슬픔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2-12-02 09:45 조회수 : 50

고백성사는 사제에게 주어진 직무 가운데 가장 힘이 들며 때로는 고통을 안겨준다. 고백소에서 성사를 듣고 있으면 아직도 주님의 참뜻을 알려고 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많음에 사제의 마음을 깊은 고민으로 끌고 들어가기도 한다. 

사실 고백소에서 무릎을 꿇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신의 죄를 고백의 시간을 갖는 것은 신자들에게는 두려운 시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듣고 있는 사제에게도 녹록한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죄를 깊이 뉘우치고자 들어온 신자들에게 하느님을 대신해서 죄를 사해주는 것은 사제에게도 특별한 은총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제에게 고백한 이야기는 어떤 경우에는 사제가 제3의 인물에게 전달할 수 없다는 절대적인 수칙은 사제를 고통의 깊숙한 벼랑에 떨어지게 하는 경우도 있다. 


신학생 시절에 읽은 소설 중에 ‘요셉 스필만’이란 작가가 쓴 ‘고해의 비밀’이란 작품이 있었다. 대충 그 소설의 줄거리를 기억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프랑스의 한 작은 시골에 성당이 있었다. 성당의 금고 안에 보관되어 있던 기금이 누군가에 의해서 사라졌다. 천 이백 프랑, 그 당시의 돈으로 큰 돈이었다. 신부님은 잃어버린 돈으로 인해 가슴을 앓았고 신자들은 그 돈을 훔쳐간 범인을 찾기 위해 수사를 의뢰했다. 의심이 가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수사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본당신부는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훔친 자는 차츰차츰 수사의 손길이 자기에게 접근해 오자 두려움과 양심의 소리에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신부님을 찾아가 고해의 시간을 가졌다. 자신이 훔친 것을 고백하고 용서를 빌었다. 그렇게 하면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를 받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신부를 통해 자기가 범인임을 숨길 수 있게 된다는 불건전한 생각에서 였다. 신부님은 고백성사를 통해 그가 범인임을 알게 되었지만 그 사실을 끝내 밝히지 않았다. 아니 밝힐 수가 없었다. 일부의 신자들은 이제 신부님마저 의심하게 되었지만 본당신부는 그것마저 감수하고 모든 죄를 뒤집어 쓴다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정말 그런 경우에 사제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다. 


가끔 신자들이 무엇이 제일 힘든지를 물어온다. 그러면 나는 서슴치않고 고백성사를 지켜 주는게 제일 힘이 든다고 말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고백한 내용을 아는 척이나 절대 발설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정말이지 힘들다. 은연중에라도 발설을 하거나 은유적으로 표현을 했다면 그 자체로 사제는 ‘파문’의 벌을 받게 된다. 교회 안에서 가장 무서운 벌이 교회공동체로부터 쫓겨나는 ‘파문’이다.

소설처럼 고백성사로 알게 된 사실은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지켜준다. 하지만 사제 앞에서 나쁜 의도를 갖고 고해를 하거나 거짓을 고해한다면 그 고백성사는 슬픔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