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사순시기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2-22 06:47 조회수 : 225


사순시기


오늘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우리는 사순절을 맞이한다. 통회와 보속과 희생으로 재를 지키는 40일은 부활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여느 때보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를 짊어지신 고통의 희생을 의미있게 되새겨한다. 그리고 마음가짐 속에서 자신의 신앙을 거룩하고 깊게 폭을 넓혀야 한다. 적어도 이 정도의 자세를 견지하지 못한다면 사순절을 맞는 우리의 모습은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에 있었던 사순 시기의 자신과 오늘의 사순 시기를 맞는 자신이 어떻게 변화됐는가를 살펴보자. 이것은 어디까지나 진실한 가톨릭 신자로 다가 가는데 필요한 과정이다.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하기 시작 전에 행하신 40일 동안 금식은 하셨다. 죄많은 인류를 구원하는 준비의 시간이었다.  40일 동안 그리스도께서의 엄숙했던 시간을 우리도 따라야 할 것이다. 재의 수요일을 시점으로 해서 쾌락을 자제하고 그 기쁨을 쉽게 표출하지 말 것을 당부 드린다. 


사순시기를 맞이하시는 어머님의 모습이 생각난다. 사순이 시작되면 끼니 때마다 오분의 일을 절약하셔서 따로 모아놓으셨다. 어머니는 그렇게 사순이 끝나는 날, 그동안 6식구가 끼니 때마다 절약해서 모은 백미를 본당 성미함에 가져다 부으셨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지만 어머니만의 사순시간 동안의 희생이셨다. 그러고 보니 나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머니에 의해서 사순기간에 나름의 보속을 했던 것이다. 


사순시기는 평상시의 우리 모습을 스스로 변화시키는 가운데서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는 의미를 찾아야 한다. 사랑의 실천을 상실한 사순 시기는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점을 우리는 깊이 인식해야 한다. 세속적인 삶에서 달려 온 시간들 속에서 알게 모르게 지은 크고 작은 숱한 죄를 묵은 때를 말끔히 씻어내는 것처럼 자신이 살면서 지은 죄를 씻을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사순 시기이며 그 시간 또한 적기임을 잊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리스도의 수난은 우리가 갚아야 빚이다. 빚을 갚는 길이 어떤 방법에 있는가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남에게 갚아야 빚을 지고도 갚지 않는 사람이 있다. 우리가 아마 이런 부류에 속한 사람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예수님은 결코 우리에게 빚을 갚으라고 재촉하시지는 않으신다. 그래서 해마다 맞이하는 사순시기에는 마음이 무겁다. 우리는 까닭을 알고 있다. 빚을 갚아야 한다는 소리가 자기 스스로를 향해서 끊임없이 외쳐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