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웅의 시대
신앙인들은 성인들을 본받으려 하고, 대중은 위인들을 좋아한다. 성인들이나 영웅들은 민중들에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으나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에 충분했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사람들을 끄는 힘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그냥 거기에 있기만 해도 사람들은 존경한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예전부터 성공적인 삶을 산 사람들을 모범으로 하여 자기 생활을 좀 더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어 왔다. 특히 신앙인에게 있어서 믿음의 영웅이라 할 수 있는 성인들의 삶의 영향은 더욱 큰 것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사람들은 현대를 가리켜 ‘반영웅의 시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동안은 영웅이라는 말을 들을 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어떤 초인적이고 보통사람들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을 만큼 출중한 인간을 상상했었다. 그런데 시대의 흐름이 변하면서 그런 가치관도 변하기 시작했다. 그들도 결국은 보통 사람들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졌기 때문에, 현대인의 특징 중 하나는 영웅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정치가나 국가적 영웅으로 추앙을 받는 사람들의 삶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행동과 사상이 흔히는 과장이 되었고 때로는 전시용에 불과하고, 한꺼풀만 벗기면 그렇게 대단할 것도 없었음이 밝혀지면서 반영웅적 풍조가 더욱더 심화 되었다.
또 빙산의 드러난 부분과 물 속에 숨어 있는 부분 사이의 관계로 흔히 비유되는 의식 세계와 무의식 세계 사이의 보이지 않는 연관성을 밝혀낸 현대 정신분석학도 영웅을 보는 현대인의 시선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그래서 현대 문학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고전적인 주인공들과는 달리 대부분 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런 경향은 신앙생활의 영역에까지 그대로 반영되어, 현대인들은 자신의 삶을 희생하면서 영웅적인 인간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면서 현대의 영웅은 가능한 한 보통 사람들과 여러 면에서 닮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그가 참된 삶의 한 면이나마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을 때, 사람들은 그를 모범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현대의 교회의 지도자를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기존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신앙의 가치관과 현대인들이 강하게 원하고 있는 개인의 보편적 자유와 가치관의 조화를 이루면서 사목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정말이지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