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오직 한 분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큰 행사가 연이어 있다. 어제는 부제 서품식이 있었고, 오늘은 사제 서품식이 있다. 성직자로 새롭게 첫발을 내딛는 후배들을 위해서 이 새벽에 축하의 마음을 보내드린다. 그리고 그들이 주님의 은총 안에서 늘 영육간에 건강하신 사목자들이 되시길 또 기도드린다.
“나는 한 분이신 하느님을 믿습니다.”
주일미사에서 강론을 들은 후에 신앙 고백을 하는데, ‘니체아-콘스탄티노플 신경’의 첫 마디이다. 이는 수천 년 전부터 이스라엘 백성들이 해오던 신앙고백문을 교회가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스라엘 민족의 유일신 사상을 드러내는 신앙고백문은 사색이나 종교적 진화를 통해서 얻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느님의 보호하심으로, 주변의 이방신들에게로 빠져들 위험에 대한 효과적 경고와 방비책이었던 것이다. 이스라엘이 유목 생활을 끝내고 가나안 땅에 정착하면서부터 그들의 종교 생활에는 큰 변화와 시련이 동시에 닥쳤다. 주변의 이방인들처럼 농경 생활에 더 적합해 보이는 신들을 섬기고 싶어하는 유혹이 생겼던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순간들도 있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에 대한 예방과 치유가 필요할 때 바로 이 역할을 담당한 것이 이 신앙고백문 이었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있어서 이 신앙고백은 단순한 추상적 진리의 재확인이 아니고 매순간의 유혹에 대항하기 위한 수단이요 피와 땀이 배여있는 처절한 고백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신앙 고백을 진심을 다해서 고백하는 것은 그것이 지금까지 수행해 왔던 역할을 지금도 여전히 할 수 있고 또 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의 생각과 삶 속에서 하느님을 제치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여러가지 형태의 우상들에 끊임없이 둘러싸여 있다. 그러기에 신경은 한 번 외우고 치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고백하면서 살아야 하는 과제들이다.
예로부터 인간에게 가장 큰 힘을 행사해 온 세력은 식욕, 성욕, 권세욕이다. 물론 이들은 개인과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면도 있지만, 그것이 본래의 궤도에서 벗어날 때는 인간성을 가장 근본적으로 망쳐버리는 무서운 존재들이다. 그래서 우리들이 잠시라도 방심을 하면 아주 쉽게 물질숭배, 성의 상품화, 권력숭배라는 또 다른 형태의 우상숭배로 빠져들곤 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후배 사제들에게 힘이 들때마다 우리들의 참된 신은 하느님 뿐임을 명심하시고 이 세 가지 유형의 우상숭배에 대한 경종이자 선전포고인 신앙고백문을 입으로가 아니라 가슴으로 고백하면서 살아가시길 간곡하게 당부하면서 다시 한 번 더 축하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