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실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말씀과 행적을 눈여겨보면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알 수 있다고 여러 번 강조하셨다. 바람의 방향을 보면서 날씨를 알 수 있듯이, 큰 재난이 일어나거든 종말이 임박한 줄로 알라고 하셨다. 그러나 우리가 준비를 잘하고 있다면 그 날과 그 시간은 모르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도 말씀하셨다.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은 처음에는 두렵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죽음을 서서히 받아들인다. 특별히 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이 명확해진 사람들은 내적 충격과 감정적 동요 속에서 지내다가 어느 단계가 되면 이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남아있게 될 가족들을 위해서 재산을 정리하다든지, 얼마 남지 않은 삶 동안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하고 싶은 강한 일념을 갖게 된다든지, 지난날을 회상해보면서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다보면 후회가 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만일 우리가 인간관계를 소홀히 하고 세속적 이해와 성공만을 추구하면서 살고 있다면 훗날 인생을 되돌아보았을 때 아름다운 추억은 없을 것이다.
죽음 앞에서 내 자신이 자랑스럽고 행복하게 여기는 일들은 살아생전 열심히 추구했던 일들과 거리가 먼 경우가 많이 있다. 그동안 우리의 삶을 찬란하게 만들어 주었던 것들, 박사 학위, 높은 지위, 남에게 내세울 수 있는 명성, 높은 지위, 재물 등은 죽음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대신에 하느님을 섬겼던 일, 배우자를 사랑하고, 자녀들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쌓았던 일, 어려움과 고통 중에 있는 이웃과 벗들을 위해 수고했던 일들을 감사하게 된다. 그러고보면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랑하고 사랑받았다는 사실이다. 나머지는 모두 배경이나 부수적인 것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이 돌아가신 지 꽤 시간이 지났다. 그분에 대한 많은 책들과 어록과 가르침이 있었지만 그분이 우리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었는지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게 나의 기억력의 한계 일수도 있지만 더 본질적인 것이 있기 때문이다. 수녀님이 세상의 가장 보잘것 없는 자들을 극진히 사랑했다는 것 한 가지는 분명히 기억에 남는다. 그분이 했던 많은 말들과 가르침은 그 사랑의 행위를 실천하기 위한 것 이었을 뿐이다. 데레사 수녀님은 물론 어떤 사람이든 그 사람이 살아 있을 때 실천한 사랑만이 우리의 기억에 마지막까지 남는다. 결국 사람은 사랑한 만큼만 살고 그 만큼만 자신의 인생일 뿐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