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혀 속의 뭍어 있는 사랑과 독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2-12-28 13:15 조회수 : 15

하느님이 진흙을 빚어 인간을 만드실 때의 일이다. 하느님은 일을 거들고 있는 천사에게 말씀하셨다. “양쪽에 날이 잘 선 칼과 독약과 사랑약을 가져오너라.”

천사가 하느님의 분부대로 그것들을 준비해 오자 하느님은 칼의 한쪽 날에는 독약을 다른 쪽 날에는 사랑약을 바르셨다. 그러고는 그 칼을 녹여 형태를 없애버린 뒤 인간의 혀에 버무려 넣으셨다. 

천사가 하느님께 물었다. “주님, 왜 하필이면 그것을 혀에 넣으십니까?”

하느님이 말씀하셨다. “이것은 사람에게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것인데 바로 이 혀에서 나가기 때문이다. 만일 독약이 묻은 칼이 나갈 때는 적어도 세 사람 이상에게 상처를 줄 것이다.”

다시 천사가 물었다. “그 최소한의 세 사람이 누구누구입니까?”

하느님께서는 천사를 바라보시면서 말씀하셨다. “바로 상대방과 전하는 사람이지. 그리고 이들 못지않게 해를 입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지. 그러나 사랑의 약이 묻은 칼이 나간다면 그것은 어떤 훌륭한 의사의 치료보다도 큰 치유를 하게 될 것이다. 고통을 줄여주고 힘을 얻게 하지. 그리고 더 많은 이로움이 자신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다.”


때로는 인간의 말 속에 날카로운 비수보다도 더 예리한 힘이 들어 있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부르시는 장면에서 말씀에 엄청난 힘이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세리였던 마태오를 부르시는 대목에서 그분의 힘은 가히 놀랍다. 복음서에 의하면, 단순히 “나를 따라오너라”는 한마디 말에 레위는 자리에서 일어나 예수님을 따라나섰다. 자신과 가족의 생계가 달린 일터를 떠나 자기의 온 삶을 예수님께 맡기고 따라 나선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어부였던 시몬베드로 형제와 야고보 형제들도 예수님의 말 한마디 부르심에 자신이 가졌던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수 있는 그 단순성이 그저 놀랍다. 그 사실을 우리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하느님은 인간에게 놀라운 직관력을 선물로 주셨다. 그래서 상대방의 말 속에 독약이 묻었는지, 사랑약이 묻었는지를 알 수 있다. 어디 말 뿐이겠는가? 상대방의 눈빛만 봐도 독을 품었는지, 사랑이 담겨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세관원이었던 마태오는 특히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직업이었기에 사람들의 말 뿐만 아니라 눈빛을 보고도 상대방을 어지간히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세리인 자신을 미워하면서도 세금을 덜내기 위해서 겉으로는 아첨의 말을 했지만 이미 말에 독약이 묻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전혀 다른 눈빛을 보게 된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분의 눈빛과 말 속에 사랑약이 묻어 있음을 느끼면서 그는 영혼의 치유를 받았던 것이다. ‘바로 이 분이야말로 내 인생의 모든 것이 되어주실 분이시다.’


예수님께서는 세리의 마음을 꿰뚫어보시고 부르신다.

“나를 따라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