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모소대나무를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처럼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2-12-28 13:15 조회수 : 22

구약성경에 나오는 요셉은 17살 어린 나이에 이집트에 노예로 끌려간다. 파리 목숨이나 다름없는 노예살이를 10년이나 했고, 3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지만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고 정상까지 올라 이집트의 총리로 우뚝서게 된다.

다윗왕도 사울 임금에게 13년 동안 쫓기는 삶을 살았고 바오로 사도도 많은 역경이 있었지만 어려움을 잘 극복한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성경의 인물들이 어떤 장애물에도 굴복하지 않고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한마디로 답을 말해본다면 전능하신 하느님께 대한 온전한 신뢰와 그분에 대한 절대적인 순종 때문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어려운 시기를 지내면서도 하느님의 돌보심을 결코 잊은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하느님께 대한 깊은 믿음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는 표징인 것이다. 


모소대나무는 중국의 극동지방에서만 자라는 희귀종이다. 그 지방의 농부들은 여기저기 씨앗을 뿌려 놓고 매일같이 정성들여 키운다. 씨앗에서 싹이 움트고 농부들은 온 정성을 다하지만 모소대나무는 4년이 지나도 불과 3cm 밖에 자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대나무는 5년째 되는 해부터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하루에 무려 30cm가 넘게 자라기 시작한다. 그렇게 6주 만에 15m 이상 자라게 되고 그 주변은 순식간에 빽빽하고 울창한 대나무 숲이 된다. 모소대나무는 이 놀라운 성장을 위해 4년 동안 수백 제곱 미터에 이르는 땅속에 뿌리를 뻗치면서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소대나무를 모르는 사람은 4년 동안 더디게 자란다고 무시하겠지만 생태를 아는 농부들은 대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4년 동안 땅속에서 뿌리가 수백 제곱 미터를  퍼지면서 준비를 한다는 걸 잘 알기에 기다리는 것이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의 제자들도 큰 어려움과 때로는 위험에 닥치고는 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럴 때마다 기억하고 있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승천을 하시면서 세상 종말까지 우리와 함께 하시겠다고 약속을 한 사실을… 그렇지만 그들도 극한상황을 맞게 되었을 때 때로는 순간의 갈등이나 그분의 묵묵부답에 답답함을 느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주님은 우리 옆에 안 계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주변에 계시면서 기다리고 계셨다는 사실이다. 모소대나무의 생태를 잘 아는 농부들 처럼, 우리도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잘 알고 있기에 온갖 두려움을 겁내지 않고 큰 믿음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요셉과 다윗, 바오로성인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주님께 대한 믿음으로 역경과 절망을 잘 극복하고 하느님의 자비 안에서 살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