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성경공부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2-12-26 14:29 조회수 : 31

에제키엘 예언서는 바빌론 유배 중인 이스라엘 백성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말씀이다. 중동의 변방에 살던 유다인들이 바빌론의 거대하고 아름다운 건축물과 성문들, 바빌론 신들에게 행하는 화려하고 장엄한 의식들을 보고 무척이나 놀랐다. 그리고는 자신들이 그토록 열심히 믿어왔던 하느님에 대해서 의심을 품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열등한 신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유대인들은 하느님께서 자신들의 바램은 외면하고 심지어는 이국에서 노예로 살면서 이런저런 고통을 주셨다고 생각해서 따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유대인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이스라엘의 유배는 하느님이 내린 심판이다. 따라서 인간의 생각과 힘으로 자신들이 판단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지만 정작 하느님이 원하시는 일이 아니라면 안하는만 못하다. 하느님과 한 약속을 깨뜨리면서까지 무엇을 한다는 그 자체가 하느님의 계획이 아니라 자신의 고집이다. 한 가지 예로 신자들의 가장 기초적인 의무사항인 주일 미사를 빠지면서까지 이루어야 할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은 것은 세상에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고통과 절망 가운데서도 희망을 갖고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은 자신의 계획대로가 아니라 오직 하느님의 말씀에 충실할 때 온다는 것이 에제키엘 예언서의 핵심이다. 새로운 세상은 내 뜻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의해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내 생활의 근거로 반드시 삼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말씀과 주일미사를 열심히 참례 하는 것이고, 지금 충실해야 할 것은 오직 하느님 밖에 없다는 굳은 믿음을 갖는 것이다. 


본당에서 매주 수, 목요일에 성경공부를 하고 있다. 성경을 알아가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삶의 중심에 두는 훈련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제키엘 예언서의 표현대로 세상일에 의해서 돌같이 굳어진 마음을 도려내고 살같이 부드러운 마음으로 바꾸는 훈련이다. 현재의 고통이 과거의 잘못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 고통 속에서 하느님의 약속을 기억할 때 새로운 미래가 확실하게 이루어진다. 그래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2코린 5,7) 살아갈 수 있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믿음으로 살아갈 때 복음 말씀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수확할 때가 다가오게 된다. 


복음에 나오는 겨자씨 비유를 기억해보자. 겨자씨 비유의 뜻은 하느님 나라는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은 처음에는 겨자씨처럼 너무나도 작아서 잘 보이지 않을 만큼 하찮지만 시간이 갈수록 줄기와 가지가 뻗어나가고 성장해서 그 결과는 엄청나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뿐만 아니라 우리의 신앙심과 사랑도 성경공부를 통해서 겨자씨처럼 처음에는 아주 작지만 시간이 갈수록 커져 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