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초대교회를 찾아서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3-10 11:46 조회수 : 73

초대교회를 찾아서


유럽의 낯선 어떤 산골의 조그만 동네에 아주 특이한 시설물이 있다. 그 동네 한길 옆에는 작은 성당이 있었는데, 그 마당 한구석에 물 탱크처럼 생긴 물건이 놓여 있다. 옆에 부착되어 있는 안내문을 보면 그것은 물 탱크가 아니라 우유를 넣어 보관할 수 있도록 냉각시키고 저어주는 장치가 달리 우유 저장 탱크였다. 그 안을 채우는 우유는 동네 사람들이 기르는 젖소에서 짜 모았고, 동네 사람뿐 아니라 지나가는 누구라도 원하면 떠서 마실 수 있다. 우유 한 잔에 목을 축이고 배고픔을 극복했을 동네사람들과 여행자들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에는 그런 일들이 흔치 않다. 오히려 삶의 현장은 자기의 것을 지키기 위해, 울타리를 치고 문을 열쇠로 채우고서도 모자라 온갖 기발한  방법을 다 동원하기 때문에, 사람 사는 집들이 이런저런 핑계로 점점 더 요새처럼 보이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 또한 갈수록 더욱 외딴섬같이 고독해지고 있다. 다른 이들은 무관심의 대상이거나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보이고 심하면 적으로까지 간주한다. 

물 위에 떠 있는 섬들은 띄엄띄엄 따로 놓여 있어 보이지만 물 속 깊이 들여다보면 섬들은 하나의 땅으로 연결되어 웅대한 대륙을 이루고 있다. 단지 높은 봉우리들만이 물 밖으로 드러나서 고독한 섬처럼 보일 뿐이지 본질은 하나라는 것이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사람들이 가진 바를 공동 재산으로 내놓고 각자 필요한 대로 썼기 때문에 부자도 빈자도 없었던 초대 예루살렘 신자 공동체의 예는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잊혀지지 않는 꿈으로 남아 있고 시대와 지역을 따라 여러 가지 모양으로 재현하기 위한 노력들이 끝임없이 시도 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그 아름다운 기억은 역시 꿈으로만 남아 있다. 많은 경우 재화가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켰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영성적인 뒷받침이 없을 때 그 꿈은 인간적인 다툼으로 인해서 꿈으로만 머물렀다. 하지만 지금도 그 꿈을 이루기위해서 적지만 여러 곳에서 나름의 노력이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신앙의 세계인 교회에서는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울리고 모아져서 모두의 것이 된다. 일생을 깊은 관상 수도원에서 밤낮으로 고행과 기도를 보내는 수도자들의 그 기도와 덕행 그리고 물질적 정신적으로 넘기 힘든 시련에 직면해있지만  이를 신앙인의 양심 때문에 지그시 참고 견디어내는 수많은 교우들, 사회의 소외 계층이 당하는 억울함을 자기의 것으로 느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봉사자들, 그 외에도 선의를 가지고 일하는 무수한 사람들의 크고 작은 정성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공로에 합류되어 거대한 탱크를 채우고, 많은 사람들은 그 덕에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