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사랑은 나누면서 양보하는 것이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2-14 08:45 조회수 : 80

사랑은 나누면서 양보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많은 가르침 중에서 과연 무엇을 가장 먼저 배우고 행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봤다. 나는 조심스럽게 가장 우선 되어야 하는 것이 사랑의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사랑은 거만한 자세로 베푸는 사랑이 아니라 스스로를 한없이 낮춘 모습에서의 사랑이 되어야만 한다. 스스로를 한 없이 낮추며 사랑을 베푸는 것이 그리스도의 말씀을 지키는 첫 걸음이 된다는 뜻이다. 


인간은 언어 표현에 의해 살아가고 있다. 인류의 문명발전 또한 언어의 힘을 빌려서 그리고 끝없는 발전을 통해서 엄청난 발전에 다다른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값지고 중요한 역할을 한 말 중에 하나가 ‘사랑합니다’라는 표현일 것이다. 이웃을 사랑하면서 스스로를 낮춰 가면서 산다면 자연스레 은총을 받으며 살아갈 것이라 믿는다. 


예수님은 늘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과 스스로를 낮추며 살아가야 한다고 권유하셨다. 다시 말하면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낮추는데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낮추는 것은 사랑의 모습이며 그 모습은 겸양으로 이어져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은 양보하는 것이다. 겸손한 마음으로 내 것을 건네는 태도는 곧 사랑의 한 모습이며 출발점이다.


한참 전에 있었던 일이다. 하루 아침에 부도가 나서 풍비박산이 된 가정이 있었다. 가장은 부도 때문에 가출을 하고 아내는 온 집에 붙어있는 압류 딱지를 바라다보며 절망 속에서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나에게 면담을 청해서 이야기를 들어주었지만 보좌신부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자매님의 넉두리만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이럴 때는 정신적인 도움도 좋지만 물질적인 도움이 간절히 필요하다. 그런데 체면 때문에 자매님은 차마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어느날 밤에 벨을 누르는 소리가 나서 문을 열고 나갔더니 평소에 얼굴만 알던 이웃집 아주머니가 봉투 하나와 라면 그리고 김치 몇 포기를 갖고 서 있었다. 말없이 어깨를 두드려주면서 돌아가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 분은 만감이 교차했다고 한다. 자매님은 너무도 짧은 순간에 이루진 일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정신을 차리고 봉투를 뜯어보았다. 봉투에는 돈과 메모가 적혀 있었다. “작은 성의이지만 받아주시고, 요긴하게 쓰길 바래요. 그리고 힘 내세요. 사실 나도  지난날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지요.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잘 이겨냈고, 나도 그 때 받은 도움이 아주 고마웠던 기억이 납니다. 꼭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