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신앙은 자기와의 싸움이다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3-22 22:03 조회수 : 101

신앙은 자기와의 싸움이다 


성지순례를 하면서 매번 느끼는 점은, 신앙은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신앙을 확고하게 정립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약화돼 가는 자기 신앙을 굳건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성지순례만한 것이 없다. 왜냐하면 신앙의 선조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서 그분들도 역시 치열하게 자기와의 싸움을 해왔고 만약 싸움에서 패배하면 그 신앙은 힘없는 신앙으로 빛을 잃고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답게 승화되어야할 신앙에는 자기와의 싸움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서 형성되는 신앙은 흔들리는 신앙이며 주관을 상실한 신앙이라고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한참 전에 한 중년 작가가 성서 230만자를 옥돌에 새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완성이 되었는지가 갑자기 궁금해진다. 아마도 작가는 글자 한 자를 새기면서 자기와의 싸움을 전개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예술이라는 행위자체가 경쟁자가 없는 자신과 지루한 싸움이라고 생각된다. 그야말로 신념의 고독한 작업이다. 


자기와의 오랜 싸움 끝에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이 있다. 오히려 그런 이야기를 듣거나 읽을 때마다 미안한 감정마저 든다. 편안하게 고민없는 삶과 신앙생활은 나에게 많은 반성을 주기 때문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신체적인 장애나 정신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삶을 사는 사람들은 그 자체로도 우리에게는 커다란 교훈이다.


이스라엘 성지를 다닐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 있다. 지금 성지가 존재하기 까지는 수많은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성지를 관리하는 프란치스코 수도회원들은 예수님의 발자취를 잘 보호하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했다. 무슬림들에 의해서 이스라엘 자체가 통치를 받던 시기부터 지금까지 성지를 지키기 위해서 약 삼천여분의 수도자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통계가 있다. 그들은 자신의 목숨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보다는 예수님의 흔적이 사라지는 것이 더 안타까워 기꺼이 자신의 소중한 목숨과 성지의 안전과 보호와 바꾼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도 않고 드러나지도 않는 업적들이지만 안에 숨겨져 있는 희생의 가치는 철저하게 칭송받아 마땅하다. 자신 안에서 자기와의 싸움은 철저하게 외롭지만, 불굴의 의지와 정신은 우리 신앙인들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성지순례를 때마다 자꾸 약화되어 가는 믿음을 격상하고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필승의 승자가 되는 노력을 경주해야 된다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