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목적지에 대한 정보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3-16 05:44 조회수 : 73

목적지에 대한 정보 


스페인에서 한 심리학자가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을 세 조로 나누어 각자 10킬로미터 밖에 있는 마을까지 걸어가게 하는 실험이었다. 

첫 번째 조에게는 마을 이름이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알려주지 않은 채, 그저 가이드만 따라서 가면 된다고 말했다. 2, 3킬로미터쯤 걸었을까, 투덜거리는 사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0분 쯤 더 걷자 “왜 이렇게 멀어! 도대체 언제 도착하는 거야!” 하며 불평 불만을 터뜨렸다. 심지어는 길가에 주저앉아 “더는 못 걸어!”라며 포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사기는 더더욱 떨어졌다.


두 번째 조에게는 마을 이름과 거리를 알려주었지만, 길에 표지판은 세우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단지 직감에 의지해 길을 걸어야 했다. 반쯤 걸어갔을 때,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만큼 걸어왔는지 알고 싶어 했다. 경험 있는 사람들이 “반쯤 왔어!”라고 말하며 그들을 격려했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무리를 지어 앞을 향해 걸었다. 4분의 3쯤 걸어왔을 때 분위기는 매우 처졌고, 그들은 극도의 피로감에 시달렸다. 그러나 누군가가 “거의 다 왔어?”라고 말하자, 모두 다시 힘을 내어 걷기 시작했다.


세 번째 조에게는 마을 이름과 거리를 알려주고 1킬로미터 마다 도로에 표지판을 세워주었다. 씩씩하게 걸으며 표지판을 보고 거리가 1킬로미터씩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그들은 쾌감을 느꼈다. 자신들이 앞으로 걸어갈 거리가 줄어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고 이로 인해서 노랫소리와 웃음소리를 내면서 줄곧 기분 좋게 걸었다. 그 결과 목적지에 예상된 시간보다 더 일찍 도달할 수 있었다. 


이야기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다. 산티아고 길로 유명한 스페인에서 순례자들의 편의를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하다가 중간 중간에 방향과 거리를 써놓은 표지판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를 시험한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삶을 살아가면서 목표가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의식과 태도가 분명히 다르다. 요컨대 작은 목표라도 설정해 놓으면 행동이 구체적이고 의욕적이다. 그래서 아주 작은 것이라도 목표를 설정하라고 권하고 싶다. 아무리 생소한 여정이라도 목적지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알거나 노력한다면, 스스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며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