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새해 다짐과 초대 교회 공동체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1-25 08:44 조회수 : 19

연휴기간동안 성당에서 조용히 지내며 본당 신앙공동체를 돌아보고 있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신자들과 단체들, 노령화된 교회 구성원과 시설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하지만 지금 우리 공동체가 체질 개선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더욱더 힘들어 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더 복잡해지고 초초해진다. 


우리가 닮아야 하는 교회의 모델은 누가 뭐래도 초대 신앙 공동체이다. 그 공동체에 대해서 사도행전은 2장에서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신자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리고 재산과 재물을 팔아 모든 사람에게 저마다 필요한 대로 나누어 주곤 하였다. 그들은 날마다 한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이 집 저 집에서 빵을 떼어 나누었으며, 즐겁고 순박한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먹고,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그동안 가족 공동체 안에서만 가능하던 일들이 같은 신앙을 가졌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신분이나 경제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동체를 이루었다는 자체가 매우 놀라운 사건이었다. 그래서 이 공동체의 모습은 훗날 교회가 중대한 위기를 맞거나 근본적으로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를 느낄 때마다 늘 규범으로 제시되어 왔다. 그럼 초기 공동체의 근본적인 힘을 어디에서 왔을까?


초대 신자 공동체 생활을 살펴보면 ‘성령 강림’ 사건을 연관시킬 수밖에 없다. 성령의 은사는 여러 지방의 언어를 각기 자기네 말로 알아들을 수 있었던 기적이나 많은 사람들의 입교 시켰을 뿐만 아니라, 초대 신자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다. 빵을 나누는 일로 상징되는 물질 및 정신생활의 변화는 한 마디로 성령의 역사하심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공동체의 변화로 성령의 참된 효력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 교회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되돌아보면서 철저한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 교회를 떠난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교회에서는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말을 수 없이 들었다. 그동안 우리 교회의 솔직한 모습은 ‘나눔의 공동체’라기보다는 권세와 부의 전시장 같은 ‘친목 공동체’였다. 

물론 초기 공동체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 안에서 인간적인 가치관들 때문에 어려움과 실패를 경험했다. 아나니아와 사피라 부부의 이기적 행동과 외지에서 온 유다인들과 본토의 유다인들 사이에서 발생했던 갈등이 그 예이다. 하지만 초대교회는 이런 어려움을 잘 극복했다. 


신자들이 하느님 안에서 하나가 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주님의 식탁을 중심으로 함께 모이고 성령을 청한다면 이 꿈이 조금씩이나마 더 현실적인 모습으로 변화가 될 것이다. 그래서 신앙 안에서 한솥밥을 먹는 대림동 신앙 공동체는 그리스도의 참 제자들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고 사제인 나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앞장을 설 것을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