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신부님의 묵상글

늙은이와 어린이

작성자 : 대림동성당 작성일 : 2023-01-17 08:55 조회수 : 53

나에게 휴일인 어제는 하루종일 조명 공사를 하였다. 성당이 밝아지니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신자들이 기뻐할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예수님의 표정도 변화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공사 후에 잠시 성당에 앉아 묵상해 보았다. 나도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여서 예수님처럼 삶을 살아야 하는데....


신앙인은 하느님을 닮아가는 사람이다. 우리는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른다. 그리고 하느님을 닮는다 함은, 그분의 방식대로 어버이가 되는 일이다. 사람들이 어머니와 아버지의 눈길로 사람들과 세상을 볼 수가 있다면, 세상은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매사에 참고 견디며,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으로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절망스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견지할 것이다. 자기 자녀들에 대해서 한없는 인내를 보일 수 있는 능력은, 하느님께서 인간의 가슴 속에 깊이 마련해 놓으신 가장 확실한 당신의 모습이다. 


‘늙은 이’를 ‘늘 그이’, ‘항상 그 사람’으로 풀이하는 사람이 있었다. 언어학적 관점에서의 그 타당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우리에게는 대단히 흥미있는 해석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이 자라나는 과정에서, 언제부턴가 더 이상의 성장이나 발전이 중지된 채 그 상태에서 고정되어 버리면, 그는 나이에 상관없이 그 순간부터 늙은이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어린이는 누구인가? 그들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혼자서지 못하고, 남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자립이라든가 자족을 위장하지 않고, 남의 도움을 받아서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을 길러내며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받아들이면서 아버지이신 하느님을 닮아 가는 것이다. 

이런 어린이가 어떤 기회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쌀쌀한 눈총을 받기 시작하고 남들을 의식하면서 자기의 허점과 부족을 은폐해야 할 필요를 느끼기 시작한다면 그는 어린 시절을 상실하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그는 스스로 만족하고 부족함이 없이 살아가는 방법과 기술을 터득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되면 그 안의 어린이는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방어하고 스스로 살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시작한다. 그 순간부터 늙은이의 껍질에 갇혀, 성장할 기회를 잃고 점점 굳어져가는 것이다. 성장을 중지당한 채 굳어져가는 늙은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당신의 자녀이기에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근본적으로 어린이이다. 그래서 아버지께서 아들 예수님을 이 세상에 보내시어 사랑의 결핍증으로 딱딱하게 굳어진 늙은이 속에 갇혀 있는 우리들의 어린 생명력과 성장력을 회복시켜 주셨다.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이라는 밝은 조명 아래에서 천진난만한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길 희망해본다.